안녕하세요. 저는 소설가의 개이고 여기까지 타이핑하는 데 세 시간 걸렸습니다
장자자.메시 지음, 허유영 옮김 / 예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이 깁니다. 솔직히 아주 깁니다. 그런데 소설가의 개가 썼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납니다. 제목을 쓰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면 이 책은 평생에 걸쳐 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진지하게 자판을 두드리는 개의 모습은 표지와 똑같았을까요. 아무튼 첫 장을 넘기기도 전에 웃고 말았네요.

 

개는 세상을 어떻게 볼까요. 다른 개는 모르겠지만 골든레트리버, 메시는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언제나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재능이 있습니다. 사실 메시는 큰 귀 때문에 주눅 들어 있는 개였지요. 하지만 아빠라 부르는 주인은 메시를 멋진 개라고 생각합니다. 아빠의 자부심에 힘입어 자신감을 갖게 된 메시. 이후로는 자신의 부족함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현재 바꿀 수 없는 것에 절절한 심정으로 매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메시를 본다면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메시의 아빠는 작가입니다. 글을 열심히 쓸 때도 있지만 놀 때도 있지요. 그의 수입이 줄어들면 바로 자신의 밥 종류가 달라질 수도 있기에 메시는 아빠를 독려합니다. 책 표지를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작가인 아빠처럼 메시도 글을 씁니다. 열심히 글을 쓰면 사람들이 개를 친구로 생각하게 될 거라는 아빠의 말 때문이지요. 덕분에 개가 보는 세상을 엿볼 수 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빠와 어울리는 이웃들, 그 반려동물들과 더불어 웃기도 하고 눈물짓기도 하는 메시를 통해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이라는 것도 새삼 느끼게 되니 말입니다. 아빠 곁에 있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는 메시를 보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수풀 속에 들어가 앉기를 좋아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좋아하는 메시는 자신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아빠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즐길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있지요. 그냥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메시는 즐거워 보입니다. 그녀는 아빠와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공유합니다. 행복과 슬픔, 외로움까지도 함께 하는 이들은 평생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듭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 메시의 아빠처럼 메시를 사랑한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습니다.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구별할 줄 알고 글도 쓸 줄 아는 특별한 개, 메시. 그녀는 앞으로도 아빠와 함께 하며 친구인 푸들, 코커스패니얼, 사모예드, 셰퍼드와 아웅다웅 다투면서 즐겁게 지내겠지요. 메시의 다음 이야기에는 새로운 이웃이 등장할지 새삼 궁금해집니다. 메시가 계속 글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판을 칠 때 마음처럼 빨리 글자를 칠 수 없어 힘들어하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궁금하니 어쩔 수 없네요. 메시가 실연당한 셰퍼드의 아빠를 훌륭하게 위로해 주었듯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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