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를 해야겠어요 - 감정의 묵은 때를 씻어 낼 시간
박성만 지음 / 유노북스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빨래를 해야겠어요>는 중년 여성을 위한 심리도서입니다. 다가오는 중년기를 의식하며 펼쳐 들었지요. 저자는 왜 '여성'이 아니라 '중년 여성'에 주목했을까요? 인생 전반부를 넘기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한 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고, 앞으로 다가올 노년도 걱정됩니다. 자식들은 성장해 자신의 곁을 떠나갑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없어진 것 같아 우울하기도 하고 사라진 청춘이 아쉽기도 합니다.

 

중년의 여성들은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겪을 법한 혼란스러움을 겪게 되지만 별 것 아니라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이유모를 불안함, 우울함은 화병으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저자는 마음속에 있는 이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에서 바라보기를 권합니다. 고통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이 '감정 덩어리'를 정화한다면 중년 이후의 인생을 살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가 '중년 여성'의 감정에 대한 책을 쓴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중년을 대비하고, 중년을 잘 넘기기 위해 고민하는 많은 여성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분석심리학 세미나와 심리 클리닉에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합니다. 이들은 주변 어디에선가 본 듯한 모습입니다. 커오면서 바라봤던 엄마와 그 또래 여성들의 모습이 기억나기도 하고 현재의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칼 융의 분석심리학 개념을 적용해 중년 여성의 심리를 분석하고 이를 치료해나가는 저자는 그녀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여성들이 겪는 고민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예전의 자신을 잃어버린 모습을 고민하고, 다른 사람을 충실히 챙기면서 동시에 그들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도 사랑스럽지 않아 당황하고 너무나도 여성스러운 다른 여성을 미워하는 감정을 가지기도 합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아무도 없다는 느낌에 우울감을 느끼기도 하고 직장에서 할 말을 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차차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옵니다. 무의식을 들여다보며 그동안 썼던 가면을 벗고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결국은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저자는 감정의 덩어리를 콤플렉스라고 부르는데 민감한 부분이 콤플렉스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등감이나 부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우월감이나 좋은 감정도 억압하면 콤플렉스가 된다고 합니다. 이 콤플렉스는 좋은 것이나 나쁜 것으로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정신 현상이므로 특정 대상의 콤플렉스를 알면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책을 읽으면서 콤플렉스를 무조건 안 좋은 것으로만 여기던 기존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콤플렉스를 없애버리고자 한다면 오히려 억압으로 작용해 더 커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콤플렉스를 의식하고 감정의 때를 씻어냄으로써 치유와 성장을 도모해야 함을 기억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래 쌓인 감정을 묵은 빨래에 비유하며 적당한 시기에 씻어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습니다. 마음에 어느 정도 감정이 쌓여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며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모두를 솔직하게 인정해야겠습니다. 콤플렉스는 자신을 수용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니까요. 사랑, 이해, 배려와 더불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질투, 허영, 자만을 꺼내서 깨끗이 씻어볼까 합니다. 세탁된 감정들이 폭신폭신해지기를, 좋은 향이 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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