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아래서 기다릴게
아야세 마루 지음, 이연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벚꽃 아래서 기다릴게>는 봄향기를 떠올리게 하는 일본소설입니다. 벚꽃나무가 모여 있는 풍경을 '복숭앗빛 안개'로 표현하던 타케후미의 눈을 빌려 벚꽃이 흩날리는 광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봄에 읽게 되어 좋았지만 겨울이 되면 또 읽고 싶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차가운 겨울에 따스한 봄을 떠올리며 가슴 설레는 마음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단편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등장하는 벚꽃뿐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에 목향장미, 탱자꽃, 유채꽃, 백목련이 등장해 아름다운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꽃은 자연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옷이나 소지품에서도 볼 수 있지요. 토모야의 할머니가 입은 고운 원피스를 점점이 수놓은 노란 꽃이나 네일 아트를 잘 하는 코코미의 손톱에 피어난 꽃이나 사쿠라의 옷에 그려진 은은한 색조의 꽃이나 벚꽃이 흩날리는 스노 글로브나 모두 봄 내음을 물씬 풍깁니다. 꽃은 그냥 봐도 아름답지만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일 년에 삼사일 정도만 피어 있는 백목련을 바라보는 치사토의 할머니에게 백목련은 세상에 다시없을 소중한 꽃인 것처럼 말입니다. 지나치면서 예쁘다는 말만을 흘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그렇게 소중히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꽃의 입장에서도 아주 기쁜 일이 아닐까 싶네요.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기차여행을 합니다. 할머니 댁에 가기 위해,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어머니의 기일을 기리기 위해, 이모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기차에서 한 승무원을 보고, 그녀에게 커피를 사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 승무원이 바로 다섯 번째 단편의 주인공, 사쿠라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인 그녀는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모두 만나본 셈이지요.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자는 모습, 우는 모습을 모두 본 그녀는 '어딘가 인연이 있는 장소'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큰 눈을 반짝이며 그들의 여행을 짐작하는 그녀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없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에게는 고향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녀가 꿈꾸고 상상하는 그런 안온한 곳을요.

 

책을 읽고 나니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기차를 타고서 멀리 갔다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고향으로 가야겠네요. 보고픈 얼굴들이 있는 그곳으로 가서 힘든 일상을 털어버렸으면 싶네요. 여행의 즐거움,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모두 누리고 와야겠습니다. 봄이 다 가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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