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똑! 핀란드 육아 - 아이 스스로 행복을 찾는
심재원 지음 / 청림Life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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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의 나라로 알려진 핀란드. 사실 최근까지는 이 나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무민 캐릭터와 자일리톨 껌을 좋아하지만 유래한 나라는 별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계속 관심이 가는 나라가 바로 핀란드입니다. 엄마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고 개인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똑똑똑! 핀란드 육아>는 핀란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했던 점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관심 있게 본 책입니다.

 

저자는 두 달 동안 가족과 함께 핀란드의 여러 가정에서 그들의 삶을 체험합니다. 현지인들과 함께 여름을 보내다 온 그는 문화 충격을 제대로 받습니다.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우리나라와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 갖춰진 핀란드가 여러 방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책에는 핀란드 부모의 육아 방식뿐 아니라 교육과 복지에 대한 이야기도 비중을 꽤 차지합니다. 사회와 육아를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핀란드는 일 년의 대부분이 추운 나라라 한 달 간의 여름을 최대한 즐겁게 보내려 합니다.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내냐는 질문에 돌아온 짧은 대답은 대단히 인상 깊습니다.
"Just only sleeping and swimming!"
방학숙제는 물론 없습니다. 오로지 아이들은 물속에서 물장구치고 수영하고 보트를 타며 그야말로 신나게 놉니다. 맨 발로 흙을 디디며 산 속에서 딸기를 따먹고 버섯을 캐기도 하지요.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아이 없이 온전히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습니다.

 

방학이 아닌 기간에는 아이들이 방과 후에 무엇을 할까요? 바로 스포츠 활동입니다. 야구, 테니스, 농구, 수영 등의 운동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뿐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도 이만한 것이 없다고 여깁니다.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면서 원하는 운동을 하고 원하는 교육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는 나라. 핀란드는 제게 점점 더 가고 싶어지는 나라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립적인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을 받습니다. 남녀 모두 혼자서 집을 고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에 대한 교육도 많이 받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를 고치거나 화장실을 수리하는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집을 고치는 사람도 많습니다. 방문하는 집마다 집 구조가 달라 화장실 위치를 꼭 물어봤야 했다는 저자는 가족의 필요에 따라 내부를 바꾸는 창의성을 높이 삽니다. 거실등을 없애고 아이의 그네를 설치하기도 하고 집 한가운데 화장실을 배치하기도 합니다. 베란다를 서재로 사용하기도 하지요. 이런 '재미있는 집'에 사는 아이들은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틀에 박힌 듯한 사고를 하지 않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핀란드인 사람들은 평등과 배려를 중시합니다. 핀란드에서는 임신한 여성이라면 누구나 출산용품이 들어 있는 마더 박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생후 12개월까지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옷, 이불, 동화책 등이 가득 담긴 박스는 실제로도 유용하지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마더박스를 통해 태어나면서부터 평등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상관없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평등의 개념을 몸으로 체득합니다. '같은 출발'을 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겠지요.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핀란드도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나라입니다. 소득에 따라 차등적으로 내는 세금은 소득의 최대 50퍼센트를 상회하지만 사람들은 세금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세금을 낸 금액 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기반이 된 데에는 투명한 세금관리 정책의 힘이 컸겠지요. 세금을 올바로 사용한다는 믿음 없이는 그 많은 세금을 낼 생각이 없어질 테니까요.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라는 사실만으로도 부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이런 정보들을 생각하면서 이 책을 보니 정말 핀란드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누리는 듯 합니다.

 

핀란드에는 아름다운 옛 건축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건물의 내부는 최첨단을 걷고 있지요. 정부 차원에서 펼친 부엌 합리화 정책은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기여합니다. 하루에 가사노동을 하는데 드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장면에 눈이 번쩍 뜨일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절약된 시간은 고스란히 가족과 함께 하는데 쓰이게 되지요.

 

가족을 중시하는 핀란드 사람들은 4시에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갑니다. 퇴근 후에 직장동료와 시간을 보낼 일은 거의 없지요.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는 문화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 분위기나 회사 구조상 야근을 밥 먹듯 하고 회식에 꼭 참석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많지요. 회식을 낮 시간으로 바꿔 식사하는 것으로 대신하는 회사도 생기고 있다고는 하지만 '술 권하는 사회'를 벗어나려면 앞으로 한참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육아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조금은 희망을 가져도 될까요. 부모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데 시간을 들이고 애정을 많이 쏟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핀란드에도 입시 경쟁이 있고 사교육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극히 일부분에 한정된 것이라 대부분이 누리는 교육환경은 충분히 부러워해도 될 것 같습니다. 선행 학습이 필요없는 수업, 친구와 경쟁해야 할 필요가 없는 교육은 꿈속에서나 볼 만한 일이라 절로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우리나라도 서서히 복지에 대한 개념이나 교육에 대한 개념이 바뀌지 않을까요. 경쟁만을 하면서 어린 시절을 몽땅 보내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을 기르려면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열심히 노는 시간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더 그런 마음이 큽니다.

 

지금은 그런 부러운 점들을 가정에서 실행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의 말을 중간에 끊는 법 없이 경청하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 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 우선 그것이라도 시작하면서 아이의 미래를 내다봐야겠습니다. 우리 사회가, 교육제도가 조금씩 바뀌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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