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초지로 - 고양이와 집사의 행복한 이별
고이즈미 사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콤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있는 고양이의 뒷모습이 참 편안해 보입니다. 저자가 고양이, 초지로를 떠올리며 과거에 봤던 모습을 그려냈겠지요. 매일 봤던 익숙한 창가 풍경에서 초지로가 빠지면 얼마나 허전할까요. 책을 덮고 생각해 보니 마음이 묵직해집니다.

 

<안녕, 초지로>는 초지로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후 반 년 동안의 일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낸 책입니다. 저자가 그린 따뜻한 그림은 초지로의 느긋한 성격이나 때에 따른 기분을 잘 보여줍니다. 남매 고양이가 햇볕을 쬐고 뒹구는 모습, 아이와 고양이들이 함께 자고 노는 모습은 흐뭇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온 가족이 평범하게 그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고 살았었지요. 초지로가 10살이 되던 해, 갑작스러운 종양을 발견하기 전까지는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정신을 집중해 초지로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지 고심하는 부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초지로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평소처럼 대하려 노력하는 저자는 더할 수 없는 사랑을 표현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지만 긍정의 힘을 믿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하지요.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영정사진을 준비하고 초지로를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는 그녀는 마지막까지 돌봐 줄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초지로의 갓 태어난 모습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울고 웃는 저자를 보며 참 힘들었겠다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내야 하는 기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픈데 실제로 겪는 사람은 그 마음이 오죽할까요. 10년 동안 함께 한 초지로를 떠나보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갑니다.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는 것은 운명인 것 같습니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말입니다. 사랑을 주고받고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그 시간들은 정말 소중하지요. 시간이 흘러 돌이켜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낌없이 사랑을 했을 때인 것 같습니다. 동물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아 키우다 보면 그 마지막을 보게 되지요. 그럴 때 너무나 슬프지만 소중한 추억들을 꺼내 보듬어 보며 함께 지낸 시간들을 후회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못 다해 준 일들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하기기보다는 '그리워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 저자처럼 말입니다.

 

동물털 알레르기가 있는 제 친구는 강아지를 키웁니다. 새끼 때부터 키운 강아지는 12살이 됐는데 아픈 데가 무척 많지요. 온 가족이 강아지를 돌보는데 그 정성이 대단합니다. 친구는 알레르기 때문에 많이 안아주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랑을 표시합니다. 떠날 때가 다가오는 것 같다고 슬퍼하는 친구를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작은 존재들을 이렇게라도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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