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의 삶과 음악
로버트 셸턴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라운출판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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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 이름을 봤을 때 무척 놀랐습니다. 유명한 작가들을 제치고 음악가인 밥 딜런이 수상을 했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지요. 대중음악에서 시적인 표현을 창조해낸 공로가 인정됐다고 하니 그 가사가 궁금해져 'Blowing In the Wind', 'Mr. Tambourine Man', 'Forever Young', 'Knocking On Heaven's Door' 등의 가사를 찾아보고 노래를 찾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의 실황 영상을 보면서 생각보다 연륜 있게 들리는 목소리에 우선 놀랐고 그의 곡을 여러 번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점점 노래에 빠져들고 있는 제 상황을 인식하면서 또 놀랐습니다. 그때까지 좋아하던 취향의 노래가 아닌 것은 분명했지만 뭔가 매력이 있었습니다. 거친 듯한 목소리, 읊조리듯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새로웠습니다. 밥 딜런이 노래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그의 삶을 자세히 보여주는 <밥 딜런의 삶과 음악>을 읽으며 그를 음유시인으로 칭한,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에 기사를 써서 밥 딜런을 세상에 알린 로버트 셸턴이 20년에 걸쳐 쓴 밥 딜런 평전의 개정판입니다. 저자의 에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1986년도에 첫 출판된 책이라 밥 딜런이 젊을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그의 옛 모습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밥 딜런을 저항운동의 아이콘으로만 여겼다면 음악을 전부로 여기는 그의 삶과 자유로운 그의 정신을 느끼면서 그 편견을 깰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뛰어난 음악 평론가였던 저자, 로버트 셸턴은 글 솜씨와 도덕적인 면 모두에서 주변인들의 찬사를 받았던 인물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절대 드러내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과 교류하던 그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런 성품 덕에 밥 딜런이 그를 전적으로 신뢰했으리라 짐작합니다. 이런 저자에게 '발견'된 밥 딜런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가 준비된 사람이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는 실력은 있지만 뒷배경이 없는 사람들의 우상이 되기에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있자니 밥 딜런이 거쳐 온 세월이 훤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 동료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딜런의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유명세를 치르던 시절을 상상하며 슈퍼스타로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조금은 알게 되는 느낌입니다. 전쟁에 반대하고 평등을 외친 그의 노래가 반전운동과 민권운동의 시기와 맞물려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되는 반면 그를 폄하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런 악평들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던 밥 딜런의 아픔도 느껴지는 듯 합니다.

 

아주 추운 날에도 기타를 메고 다니면서 '그저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종이 위에 소소한 그림들을 그리던' 그의 학창시절을 상상해 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쓴, 내향적인 소년을 떠올리니 그의 노래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니구나 싶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인 결과, 그렇게 훌륭한 노랫말을 만들어낼 수 있었겠지요. 프로듀서인 필 스펙터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밥 딜런의 재능과 통찰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시를 말하기는 참 쉽지만 시를 노래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지요.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시에 대한 재능을 그냥 썩혀버리지 않을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느끼며 그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계속 생겨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밥 딜런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타인이 썼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그를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밥 딜런의 자서전을 읽으며 그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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