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
윤정인 지음, 이부록 그림 / 알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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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다보면 23군데를 여행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책,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입니다.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 이 책에 소개된 공간 한 군데 한 군데를 허투루 보아 넘길 수가 없습니다. 점점 사라지는 서점을 안타까워하며 사람들에게 아직 곁에 남아 있는 책방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와 앞으로는 좋은 책방을 찾아보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책을 들고 차례를 훑어보니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눈에 띕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떠올라 바로 80쪽을 펼쳤습니다. 역시 주인이 앨리스 팬이군요. 수집한 앨리스 책만 300여 종이나 된다고 하니 이 책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책방 이름에 대해서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북카페 같은 이곳을 2007년에 열었을 때, 기존의 헌책방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 헌책방 사장들과 마니아들에게 폭언을 듣기도 했다지요. 헌책방답지 않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습니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안락한 공간, 책을 찾는 재미가 있는 서가 배치는 낡은 책만 가득 차 있는 헌책방 이미지를 바꿔놓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것은 주인이 읽은 책만 판다는 점인데 사람들도 여기에 많이 끌리지 않았을까요. 주인과 책 취향이 맞는 사람이라면 매일 가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앨리스 책이 그만큼 많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들러보고 싶은 책방인데 집에서 먼 곳이라 너무 마음에 들면 어쩌나 걱정부터 됩니다.

 

이 책은 헌책방뿐 아니라 동네서점, 전문서점, 도서관, 책마을에 이르기까지 책이 있는 다양한 공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파트를 맡아 공부한 뒤 추천문구를 작성하는 '진주문고', 동네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대표의 철학이 마음에 드는 '땡스북스', 공원의 푸름 속에 자리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는 곳인 이름도 예쁜 '책마을 해리'등 특색 있는 공간을 한 곳씩 둘러보는 기분으로 책 앞뒤를 왔다 갔다 하다 또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폴 오스터의 소설 제목을 그대로 딴, 문학만을 취급하는 '미스터 버티고'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과 함께 꼭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문학 속에 풍덩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을 수 있겠다 싶습니다. 좋아하는 책과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이 연관돼 있는 곳에는 이상하게 금방 관심이 갑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과 쉽게 친해지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겠지요. 여기에 가면 혼자 있어도 친구와 함께 있는 기분이 들 것 같습니다. 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느껴질 감정이 어떤 것일지 벌써부터 무척 궁금합니다.

 

운명처럼 책을 만나게 되는 공간,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이런 공간들이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많은 곳에서 느낄 수 있는 온기를 마음에  가득 채워 한동안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느끼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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