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M. 배리 여성수영클럽
바바라 J. 지트워 지음, 이다희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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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특이합니다. <J.M. 배리 여성수영클럽>.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사람의 이름을 딴, 여성만으로 구성된 수영모임이라는 것 정도입니다. 이 모임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이 책에서는 무슨 역할을 하게 될까요? 표지를 보고 주인공이 여름휴가를 떠나 어떤 수영클럽에 가입하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다면 책을 읽으며 반전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피터팬'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영원한 소년, 꿈과 모험이 가득한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가는 피터팬은 성인들에게 잃어버린 꿈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캐릭터지요. '피터팬'의 작가는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너무나 사랑했던 것 같기도 하고 꿈을 잃고 타성에 젖어 사는 성인의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둘 다에 해당될 수도 있겠군요. 어쨌든 이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가 '피터팬'을 집필한 곳인 스탠웨이 저택은 코츠월드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특히 그의 이름을 딴 수영클럽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중요한 곳이지요. 이들은 '영혼의 안내자'라고 부를 만큼 J.M. 배리를 좋아하고 수영클럽 회원 중 한 명은 그에 대한 책을 쓸 정도입니다.

 

주인공, 조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수영클럽의 회원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스탠웨이 저택 근처의 연못에서 수영을 합니다. 한겨울, 살얼음을 깨며 회원들이 수영을 하는 장면을 봤을 때는 조이 못지않게 충격을 받았습니다. 여름이 아니라 겨울에, 봄이나 가을이 아닌 겨울에, 그것도 얼음이 언 물 속에서 수영을 하다니!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50년간 수영을 해온 회원들을 생각하면 '무언가' 있기에 수영이라는 행위가 지속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곧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지요. 물에 뛰어든 후 잠깐의 고통을 참아낸다면 이내 찾아오는 환희는 그 무엇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보통 때 같으면 정신 나간 행동으로 여기고 시도할 생각도 못했을 일을 해내고야 만 조이. 무엇이 그녀를 행동하게 했을지 생각해볼 만합니다. 그림 같은 풍경이 주는 편안함이 늘 긴장하고 있었던 그녀의 마음을 누그러뜨린 것일 수도 있고 호감이 가는 이성에 대한 마음이 그녀를 흔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나이가 몇 배는 많은 할머니들이 할 수 있다면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슬며시 고개를 드는 호기심도 무시할 수 없었겠지요.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 생기는 감정은 평소에 느낄 수 없었던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 번 해보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그 기회는 언제나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여성수영클럽 회원들은 몇 십 년이나 되는 그 긴 시간을 함께 보내왔습니다. 그들 사이는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지요. 때로는 미워하기도, 언쟁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서로에 대한 추억으로, 이해로 채워져 있습니다.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서로가 힘이 되어 준 시간들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을 겁니다. 남편들도 넘보지 못했던 그 우정을 느끼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옆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조이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오래된 우정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니까요. 여든이 되었을 때 가족을 제외하고,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성공한 인생이라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우정이란 무엇일까요? 사랑과는 다른 감정이지만 사랑이 포함되어야 유지 가능한 이 감정은 때로는 사랑보다 큰 포용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친구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게 하니 말입니다. 때로는 충고를, 때로는 격려와 위로를 아끼지 않는 이런 관계는 물론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친구란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필요할 때만 연락하고 애인이 생기면 뒷전이 되는 그런 관계는 더더욱 아니지요. 저는 살아가면서 우정의 힘을 느끼며 살기에 수영클럽 회원들을 만나면서 우정에 대해 생각하고, 격조했던 친구와 새롭게 시작하는 조이를 보며 흐뭇해졌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사랑보다는 다시 얻게 된 우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조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추억이 서린 스탠웨이 저택에 가게된 것은 운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보낸 몇 주로 인해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뉴욕에서 평생을 살아 도시에 익숙하고 약간은 냉소적이던 그녀가 아름다운 코츠월드에서 자연을 온전히 느끼며 삶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가족 없이 홀로 살면서 일을 통해 외로움을 잊던 조이가 더 이상은 그렇게 살지 않을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듭니다. 친구들과의 우정과 새로운 사랑을 통해 앞으로는 삶의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갈 거라 믿습니다. '12월에도 장미를 볼 수 있도록 신은 우리에게 기억을 주셨다.'는 J.M. 배리의 말처럼 아름다운 기억을 많이 남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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