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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들의 육아분투기 - 아빠 동물들의 눈물겨운 자식 키우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컴퍼니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 전에 춥디추운 남극에서 황제펭귄 무리를 찍은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암컷이 알을 낳고 먹이를 찾아 바다로 가면 수컷이 알을 품는다는 해설가의 말을 들으며 다정한 아빠라는 생각을 했었지요. <수컷들의 육아분투기>를 보면서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니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수컷 펭귄들은 서로가 함께 격려하며 죽을힘을 다해 알을 품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싶습니다.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2개월이 넘게 알만 품는 수컷 황제펭귄. 새끼가 부화할 때쯤 암컷이 돌아오면 그때서야 수컷은 바다로 갈 수 있지요.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 바다로 가다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이들은 다정할 뿐만 아니라 너무나 헌신적인 아빠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황제펭귄뿐 아니라 많은 동물의 수컷이 새끼를 기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류, 포유류 뿐 아니라 어류, 양서류, 곤충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합니다. 대부분 암컷이 새끼를 돌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컷들이 새끼에게 관심과 정성을 쏟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합니다. 관상용 열대어인 디스커스 한 쌍이 치어들을 돌보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디스커스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서는 '디스커스밀크'라는 분비물이 나옵니다. 이것을 새끼들에게 사이좋게 먹이지요. 수유를 하는 셈인데 수컷도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수컷이 있습니다. 바로 임신과 출산을 하는 수컷 해마지요. 수컷이 육아낭에서 알을 부화시키고 2백 마리나 되는 새끼를 내보내는데 그 시간이 며칠이 걸릴 때도 있다고 하니 놀랍기만 합니다. 암컷만 출산을 하는 줄 알았는데 수컷도 할 수 있군요. 자연의 신비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로 든 동물 외에도 아프리카황소개구리, 백조, 학, 늑대, 올빼미원숭이, 붉은등과부거미의 수컷들을 보면 자식사랑에 있어서만큼은 사람과 동물 모두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으며 모성애뿐 아니라 부성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새끼를 잘 돌보는 암컷들. 그 사이에서 발견한 그에 못지않은 수컷들의 모습이 요즘의 아빠들을 닮았습니다. 지극한 자식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아빠들은 앞으로 점점 늘어나겠지요. 육아를 엄마 몫이라고 구획정리하듯 나누어 놓은 시대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와 아빠가 도와가며 자식을 돌보고 뒷바라지 하는 모습은 가슴이 뭉클하도록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책임을 서로 떠넘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