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열하일기
표시정 지음, 구연산 그림 / 미래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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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여행기는 보는 사람이 당장이라도 책 속의 장소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처음 만나는 열하일기>를 보면서 갈 수만 있다면 청나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열하일기'는 조선 정조 때 박지원이 건륭제 생일 축하 사절단을 따라 청나라를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입니다. 건축, 경제, 정치, 종교,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가 자세히 나타나 있어 청나라의 사정을 상세히 알 수 있지요.

<처음 만나는 열하일기>에는 '열하일기' 중 압록강을 건넌 뒤 북경을 거쳐 열하에 갔다가 북경에 되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실려 있는데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청나라의 모습이 어땠는지, 박지원이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박지원이 여행하면서 본 청나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벽돌로 지은 집과 잘 닦인 도로, 말이 끄는 수레 등을 보고 감탄하는 박지원의 모습도 꾸밈없이 나타나 있어 그가 솔직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조선에서 이런 문물을 받아들인다면 백성들의 삶이 좀 편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그에게서 실학자의 면모를 보게 되지요. 저는 책을 보면서 멋진 정원이 있는 대저택이 마음에 들어 그 시대의 그림으로 자세히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청나라 그림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박지원은 참외 장수에게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작은 아이에게 냉대를 당하기도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분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상대가 그랬던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하지요. 많은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옹졸한 양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외국이지만 필담을 하며 좋은 벗들을 사귀고 숙소를 이탈하면서까지 밤새워 벗들과 이야기 하는 그는 진정한 벗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 찾기가 힘든데 자국도 아닌 외국에서 말도 통하지 않는 이들을 사귀다니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그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조선으로 돌아와 청나라의 앞선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는 양반들로부터 비난을 당합니다. 몰락한 명나라를 숭상하던 양반들은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라고 무시했기 때문이지요. 그 격한 반응에 이 책에 실린 단편소설, '호질'이 상당 부분 기여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양반들을 풍자한 이 소설을 읽은 당사자들은 어떤 얼굴을 했을까요? 자신을 돌아봤을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을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네요. 

조선시대에 박지원 같은 사람들이 많았으면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생각에 동조하고 함께 조선을 발전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이런 실학자들이라도 있었기에 조선이 그만큼 유지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제 외국으로 여행을 갈 때 여행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 이국적인 풍경들, 느낀 점들을 세세하게 기록해 놓으면 시간이 지난 뒤에 봤을 때 잘 기억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글을 쓴들 박지원의 '열하일기'만큼 생생하게 그려낼 자신은 없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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