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멋진 것

오, 멋진데! ㅣ 철학하는 아이 7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정주 옮김, 강수돌 해설 / 이마주 / 2017년 2월

우리는 많은 물건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실에도 옷장에도, 당장 쓰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쓸 것을 고려해

방치한 물건이 너무나 많습니다.
필요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으니 사들인 물건 또한 나날이 늘어가고 있지요.
'오, 멋진데!'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며 내게 꼭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인지,

정말 멋진 것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철학동화입니다.

표지의 여인들은 무거워 보이는 물건들을 온 몸에 주렁주렁 걸치고 있습니다.

깃털을 달고 다니는 듯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 무척 만족스러워 보입니다.
서로를 보며 감탄하는 것 같네요. '오, 멋진데!'

이 책에는 모든 일의 발단이 된 상인이 나옵니다. 
상인은 구두, 가방, 양탄자 등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팔기 때문에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끌 수가 없습니다.

지쳐가던 그는 용도를 변경한 물건을 팔기 시작합니다.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을 사라고 외치자 사람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에게로 몰려듭니다.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물건을 가질 생각에 다들 들뜬채 말입니다.

그는 마케팅의 천재임이 틀림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새로 산 최신 물건들을 사용합니다.
원피스로 햇빛을 막고 손수레에 앉아서 구두에 차를 따라 마십니다.
밤이 되면 쇠스랑에 옷을 걸고 서랍장에서 잠을 잡니다.
불편하지만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생활에 사람들은 점점 익숙해졌고

이제 원래의 용도로 쓰이는 물건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잠자리채에 들어간 아이라니!

아이와 아빠 모두 너무나 불편할 테지만 아빠의 표정은 자부심으로 가득합니다.

이미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지요.

남보다 뒤처지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냄비나 항아리, 바구니를 쓰고 다니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예뻐서 장신구로 쓴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하니까 나도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생각인 것이죠.

새로운 물건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제 모습을 찾아봅니다.

저도 한때는 저 무리에 끼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 하겠네요.
요즘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건들을 쌓아 둔 채 살고 있다는 점을 자각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말이겠지요.

이제 방치된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네요.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그대로 배우니 어른들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우리의 아이들은 남들이 뭘 입고 다니든, 무엇으로 장식을 하든

자신에게 꼭 맞는 것,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할 현명함을 갖출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