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앵담 - 나른한 화요일을 깨우는 새콤달콤한 앵두 맛 이야기 요일들의 이야기 2
안영실 지음 / 헤르츠나인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앵두는 참 예쁩니다. 바구니에 담긴 앵두를 볼 때면 옅고 짙은 붉은 빛들이 가득 모인 것 같다 싶습니다. 가만히 손대고 싶은 여린 빛들이 눈길을 잡아끕니다.
이런 예쁜 앵두는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작은 열매 안에 분명히 씨가 들어있기에 조심스레 먹기가 여간 귀찮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다보면 결국엔 손이 가기 마련이지요. 어떤 것은 시고도 달고 어떤 것은 조금 달고 또 어떤 것은 씁쓸하기도 합니다.

알알이 어여쁜 앵두가 가득한 책 한 권이 있습니다. 작디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한 바구니를 이룬 '화요앵담'은 내게 그런 책이 되었습니다.
후회, 그리움, 상실감, 희망 등이 모여서는 삶을 들여다보게 하고 꾹꾹 눌러 덮어두었던 괜한 기억을 들추기도 합니다.
불과 두어 장에 불과한 이야기들이 마음을 잡아끕니다. 화자들의 담담한 이야기에 오히려 감정이입을 하며 그 인생을 상상하는 것은 오로지 내 몫이 되었습니다.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끝나면 여운이 남습니다. 몇몇 글의 여파는 아주 오래 가는데 화자인 '나'와 함께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그 집 앞' 가사를 되뇌는 것으로 그 길이를 점점 늘이기도 합니다.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가는 그 집 대문을 떠올립니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서성대는 그 마음이 다시 살아난 듯 생생합니다.
아주 어릴 때 친구와 싸우고 그 아이 집 앞에 간 시시한 기억이 전부인데 왜 이 노래는 아직까지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언가 다른 것이 숨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입니다.

화요앵담의 이야기들은 개인을 보여주다가 사회를 보여줍니다. 사랑을 말하다가 죽음을 말하고 연인, 친구, 부모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관계 없는 것 같은 이야기들, 그 다양한 내용들은 결국 삶 속에서 누군가는 겪어내었던 일들입니다. 이미 내가 겪었을 수도, 앞으로 겪을 수도 있는 일들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모두 삶의 일부입니다. 그 속에서 느끼는 생각들도, 겪은 일들을 앞으로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도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작가는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가볍게 읽고 넘길 책이겠거니 했던 짐작이 편견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오묘한 삶의 단면들을 고루 구경한 느낌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