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녹는 Entanglement 얽힘 1
성혜령.이서수.전하영 지음 / 다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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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세 편을 연달아 보면서 지나간 시절을 떠올렸다. 좋다고 붙들고 있을 수도, 싫다고 건너뛸 수도 없는 시절들. 지나고서야 보이는 각 시절은 모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과 있었던 모든 일과 느꼈던 기분은 점차 흐릿해지지만 잊을 수 없는 사람과 장면이 간간이 생겨 난다. 아쉽고 후회되는 일보다 진심으로 즐거웠던 일이 더 많지만 이상하게도 전자가 더 생각나는 이유는 뭘까.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 슬퍼서일까.

각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서로를 알지 못하지만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장면을 바라본다. 이발소 앞에서, 도서관 벤치에서 각기 다른 생각을 하며. 배경에 불과했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주인공이 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오가며 스친 이들 모두가 자신만의 하루를 보내며 삶을 꾸려간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신기하다. 서로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이 우연히 겹치기도 하지 않을까. 어느샌가 끊어지고 갑작스레 파탄나고 의도치 않게 이어지는 게 관계이니만큼.

다 읽고 나니 살아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중얼거리는 태주의 마음을 알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지. 이 시절이 지나고 후회하지 않도록.

ㆍ관계라는 것도 유기체처럼 피고 지고 시들고 하는 것이구나 깨달아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그 관계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p.211 전하영 코멘터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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