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귀 살인사건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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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보험계리사 헨리. 일에만 몰두하는 그는 동료들과 사담을 나눌 생각이 전혀 없다. 팀 분위기를 해친다며 갑작스레 해고를 당한 그에게 날아든 형의 부고. 형이 놀이공원을 남겼단다. 사고뭉치 형이 남긴 놀이공원은 아니나다를까 재정 상태가 엉망이다. 주변에 얼쩡대는 수상한 사람들은 위험해 보이기만 하고 막대한 빚은 숨통을 조인다. 형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동생이 무슨 일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거나 사안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 장난스러운 유서를 남겼을 리가.

첫 장부터 시작된 추격전에 흥분하며 책장을 넘긴 소설이다. 이성적인 헨리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적응하는 과정은 초반의 긴박한 사건에 비해 다소 평이하지만 간간이 웃음을 자아낸다. 예측 가능한 세계에 살던 사람이 불확실한 세계로 건너가는 게 어찌 쉽겠는가. 허나 고통 뿐인 세상이 따뜻하고 행복하기도 한 곳이라는 걸 깨닫기도 하니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시체는 늘어가고 빚은 해결되지 않고 경찰과 악당은 번갈아 나타나 정신을 쏙 빼놓지만 수학을 잊을 정도로 폭 빠져든 사람이 생긴 것만으로도 세상은 달리 보인다. 역시 변화하는 데 사랑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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