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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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를 잘라 입에 넣는다. 상큼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부드럽게 씹히는 케이크를 몇 번 먹고 차를 한 모금 마시면 입이 개운해진다. 다시 케이크를 먹을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은은한 레몬향만 맡고 있어도 좋은 레몬 케이크는 꿀꺽 넘어가는 순간 입안을 화사하게 만든다. 초코 케이크는 한 조각이 최대지만 레몬 케이크라면 한 조각 더 먹을 만하다. 달고 시고 향긋한 케이크는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주인공에게는 아닌 모양이다. 기분 좋은 단맛 대신 케이크를 만든 사람의 기분이 느껴진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 엄마가 구운 레몬 케이크에서 화가 난, 거리감의 맛, 어딘가 구멍이 뚫린 듯한 맛이 나기 시작한다. 짜고 달고 쓴, 단순한 맛이 아니라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는 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뺏기는 거나 다름없을 텐데.


공간을 이동하거나 시간을 멈추거나 하늘을 나는 능력이라면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음식을 만든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되다니. 아홉 살 먹은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능력이다. 물론 성인에게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나만 해도 엄마가 만든 음식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음식을 먹을 때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음식을 먹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화가 난 채로, 우울하고 지친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면 집이나 식당에서 그 감정을 다 느껴야 하는데 그건 능력이 아니라 재앙이라고 불러도 좋을 일 아닌가. 다행히 주인공은 그런 능력을 잘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으니 다행한 일이다. 가족의 비밀을 알아가면서 그들을 새삼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이는 아이가 대견하다. 환상과 현실이 조화를 이루는 이야기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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