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씨앗들 - 우리를 매혹시킨 치명적인 식물들
카티아 아스타피에프 지음, 권지현 옮김 / 돌배나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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쐐기풀이라는 식물을 알게 된 건 어릴 때였다. 어린 공주가 오빠들에게 걸린 마법을 풀기 위해 쐐기풀로 옷을 짓는 내용이 나오는 <백조 왕자>를 읽으며 이름도 희한한 쐐기풀 근처에는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쐐기풀을 만지면 손에 피가 나는데도 쉬지 않고 옷을 짓던 공주의 처지가 너무 불쌍했는데 나름 충격도 받았던 것 같다. 그냥 따가운 것도 아니고 피가 날 정도면 많이 아플 텐데 그걸 참은 거라면 정말 오빠들을 사랑한 거겠지. 이 책에 쐐기풀이 나와서 예전 생각도 나고 흥미로웠다. 만지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되는 쐐기풀과의 식물, 코카나무처럼 중독되는 식물, 아름답지만 독이 있는 식물 등이 나오는데 겉으로 봐서는 사람에게 유해한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신비롭다. 실수로 피부가 닿거나 먹거나 했을 때 중독 증세가 나타나니 처음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 테지만 이런 식물들이 특정한 병증에 효과를 발휘하기도 하니 마냥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볼티모트의 마법 지팡이는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바로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는 '주목'이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어 독화살을 만드는 재료로 쓰일 만큼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는 주목은 여러 문학 작품에 등장할 만큼 위력이 대단하다. <햄릿>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를 독살하는 데 쓰였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주머니 속의 죽음>에서는 오렌지 마멀레이드에 섞여 살인 무기가 된다. 놀라운 사실은 무시무시한 독성으로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항암 성분을 지니고 있어 사람을 살리는 데도 쓰인다는 것이다. 수명이 1천 년 이상이라 생명과 죽음을 동시에 상징하기도 하는 주목은 잘 연구하면 아주 좋은 치료제가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외에도 독말풀, 벨라돈나, 스트리크닌 등 생소한 식물들을 소개하는 내용이 재미있다. 식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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