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파란만장
장다혜 지음 / 북레시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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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외모에 재주까지 기가 막힌 줄꾼, 이날치를 보러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당패가 판을 벌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나 이날치가 없으면 구름떼처럼 모이는 사람들을 보기는 힘들 터. 사당패를 이끄는 꼭두쇠는 이날치가 다른 곳으로 갈까 노심초사다. 그가 없는 사당패는 팥 없는 찐빵 같을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다. 끝없는 인기에도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데 그에게 뭔가 다른 마음이 있는 걸까. 아하, 돈을 모아 면천한 뒤에 소리꾼이 되려고 하는구나. 임금께 나아가려면 소리꾼이 되는 길밖에 없다 여기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겠지. 뭐가 그리 억울해 한이 맺혔을꼬. 아무래도 어릴 때 대단한 창꾼에게 팔려간 뒤 무슨 일을 당했음이 분명한데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있나. 천민이 양반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할까. 궁금하기는 참말 궁금해 이날치에게서 시선을 거둘 수 없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이날치는 조선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1820년에 출생해 십 대 후반에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 줄꾼이 되었고 서른 즈음에 소리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는 간단한 자료가 남아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연대기 순으로라도 남아 있으면 이야기를 만들기가 수월할 텐데 자료가 없어 공백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야 했기에 작업이 어려웠을 듯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생생히 살아난 조선 시대라니! 신분제가 엄격한 사회에서 바닥부터 시작해야 했던 이날치의 삶이 이토록 개연성 있게 전개된 데는 작가의 재능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그 시대에 줄꾼에서 직업을 바꿔 소리꾼으로 성공한 이날치, 그가 겪었을 법한 시련이 여러 가지 사건에 녹아나서 그 처지에 안타까워하고 즐거워하며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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