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 SF 앤솔러지
고호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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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작가 20명의 작품이 실린 단편집이다. 흡혈귀, 사후세계, 인류멸망, 외계어 통역, 바닥없는 싱크홀, 신경연결 서비스, 가상현실 시스템 등 다양한 소재가 각 소설에 담겼다. 소재와 작중 환경, 문체가 모두 달라서 한꺼번에 다 읽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한 편씩 감상하는 편이 좋다. <테레비 부처님>, <토르말린 클럽>, <패나>, <대화>, <큐레이션>, <주자들>이 기억에 남는다. 몰랐던 작가들을 알게 되어 만족스럽다.

몇 백 년 동안 계속 달리는 로봇이 나오는 <주자들>이 가장 마음에 든다. 로봇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자를 '인간을 구원한 신의 전령'으로 여기고 이를 구심점으로 결속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서술된다. 멸망한 세상에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문명 재건에 큰 힘을 보탠 주자는 그 언젠가 로봇이 개발될 때까지 충실히 그 역할을 다하겠지. 세상에 이야기만큼 잘 퍼지는 게 있을까. 마음에 닿아 변화를 이루는 이야기의 힘을 잘 드러내는 소설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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