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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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는 SF 단편집으로 출간 후 10년을 기념해 개정된 책이다. 책 소개 내용에서도 볼 수 있듯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다소 난해한 단편들도 있지만 몇 편은 흥미롭다. '동전 마술',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 '여우골'이 인상적이다. 일상과 상상이 어우러진 내용이나 전설 같은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눈에 들어온 듯하다. 여우가 밤길을 가는 사람을 홀려 간을 빼먹는다는 전설은 많이 들어 익숙한데 '여우골'에 나타난 여우들은 상상했던 것과 상당히 달라 충격적이었다. 의심스러울 때는 자신의 감을 믿으라는 말이 떠오른다. 보이는 것만 믿다가는 큰 화를 입을 수도 있으니. 살다 보면 다른 사람 속에 무엇이 들어앉아 있는지 찬찬히 살피는 여유도 필요한 법이다.


동전을 던지면 다른 세계의 틈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자와 오랜 시간이 지나 그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는 남자가 나오는 '동전 마술'은 생략된 부분을 온전히 상상력에 의지해야 했기에 중편 소설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어떻게 그 틈새를 알게 됐으며 틈새로 이어진 세계는 어떤 곳이며 그 세계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특정한 시각에 지하철역 천장으로 온 힘을 다해 뛰어오르면 그곳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괜히 '해리 포터'를 떠올려 본다.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또 다른 소설, '물음표를 머리에 인 남자'도 특이한 이야기인데, 가까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 현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나와 다른 존재를 속속들이 안다고 장담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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