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 아저씨
김은주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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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니, 아기였을 때부터 우리는 이미 수도 없이 실패를 경험했다. 걸음마만 해도 그렇다. 두 발로 서서 걷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두가 겪어보았으니 알 것 아닌가. 그 한 발짝을 위해 수도 없이 엉덩방아를 찧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어릴 때 어떤 실패를 했는지 잊어버리고 산다.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굳이 기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오로지 세계신기록만 바라보고 뛰는 열일곱 살 다연이 인생 첫 실패 앞에서 힘들어할 때 힘이 되어 주는 건 어른이 아니다. 사람도 아닌 비둘기 구구 아저씨만이 다연의 마음을 쓰다듬는다. 왜 어른들은 필요할 때 곁에 없는지 도통 모를 일이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을 안고 끙끙대다 친구에게 털어놓고 나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나누면 반이 되는 게 걱정 아니던가. 구구 아저씨도 그랬듯이 입 밖에 꺼내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대부분의 걱정은 생각만큼 그렇게 큰일이 아니다. 다연과 구구 아저씨가 함께 하는 여정을 통해 큰 걱정은 누구나 생길 수 있지만 터놓지 않고서는 절로 해결될 리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마음을 나눌 사람 한 명은 옆에 두는 게 좋다는 것도. 한창 성장하는 아이 곁에서 믿고 있다고, 잘 하고 있다고 다독이는 손길이 얼마나 힘이 될지 책을 읽는 모두가 알게 되겠지. 우리가 그 시절의 마음을 잊었더라도 그 시절을 통과하는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통과해야만 하는 긴 터널이 있다는 걸 한 번씩은 기억하자. 구구 아저씨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기꺼이 내밀 수 있는 손이 우리에게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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