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딕 이야기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4
엘리자베스 개스켈 지음, 박찬원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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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영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고딕 이야기>에는 실종 사건이 나온다. 볼일 보러 간 아들, 사업 때문에 다른 도시로 간 남편,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러 나간 신랑 등 무수하다. 몇십 년이 지나 살해 전모가 밝혀지기도 하고 본인이 가족을 배신하고 스스로 자취를 감춘 것이라 실토하기도 하는데 이유가 밝혀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으니 사라지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 가히 컸으리라 짐작된다. 작가는 실종, 살인 등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스산한 이야기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현상 등을 통해 삶과 죽음에 걸쳐진 공포를 드러낸다. 복잡한 사람들의 관계와 다채로운 감정의 파고를 포함해서.

소설집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는데 <늙은 보모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대저택에 울려퍼지는 오르간 소리, 숨겨진 초상화, 겁에 질린 사람들의 모습으로 비극적인 사건을 암시하고 과거를 재현하는 유령들을 등장시켜 끝나지 않는 삶의 굴레를 드러낸 구성이 마치 영화 같다.

막강한 가장의 권위 아래 숨죽여 살던 두 딸의 사랑과 질투, 증오가 너무 선명해 마음이 떨리는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 유령보다 무서운 건 사랑에 눈 멀어 언니를 죽음으로 내몬 동생의 죄책감이다. 후회로 점철된 인생이라니. 평생 가는 후회보다 무서운 게 있을까. 슬픔에 젖어 내뱉는 독백이 절절해 자꾸 마음에 걸린다.


p.64 아, 슬프다! 슬프다! 젊은 시절 저지른 일은 나이 들어 절대 되돌릴 수 없구나! 젊은 시절 저지른 일은 나이 들어 절대 되돌릴 수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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