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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마법 열차 ㅣ 웅진 세계그림책 221
미첼 토이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3월
평점 :

표지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그림책이에요. 하늘에 떠있는 열차를 보니 다양한 승객들이 보이네요. 맨 앞에서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아이가 주인공이겠지요. 열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책 맨 뒷장을 펼치면 마법 열차 탑승권이 있어요. 정차하는 장소와 순서가 적힌 탑승권이에요. 이것만 있으면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거지요. 마지막에 집이 그려져 있으니 어디로 가든 집으로 돌아오게 되겠네요. 일단 안심입니다. 이제 탑승권을 들고 책을 펼쳐 보도록 해요. 아이가 밤늦도록 게임을 하다 마법 열차에 올라탄 뒤 정신없이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어린 시절을 아스라이 떠올리게 될 거예요. 텔레비전에서 본 멋진 장소를 그리다 결국에는 꿈속에서 가곤 했던 시절로요. 이불 속에서 눈을 감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던 때가 괜히 그리워집니다.
작가도 어릴 때 누구나 하는 상상을 하면서 자랐겠지요. 성인이 되어서도 상상의 세계를 잊지 않았네요. 나고 자란 호주 멜버른의 풍경 속에 근사한 이야기를 덧입히면서도 현재 호주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녹여 놓았어요. 잠수부가 거대한 진주를 얻으려 안간힘을 쓰는 바닷속에는 온갖 쓰레기가 널려 있고 유람선으로 가득한 물 위에서 파티를 벌이는 사람들은 즐거운 반면 유람선 틈새에서 차지할 자리가 없어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오리는 쓸쓸해 보여요. 편지로 가득한 요정들의 우체국은 어떤가요. 그냥 봐서는 모르겠지만 현재 쇼핑몰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우체국을 더 많이 사라지게 하겠죠. 이런 장면들과 달리 양치기가 양들을 이끄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와요. 아이들이 잠이 오지 않을 때 세는 양들이 얼마나 많은지 양치기들이 바쁠 것 같더라고요. 아이 한 명에 100마리만 센다고 해도 몇만 명, 몇십만 명이 모이면 그 수가 어마어마해지겠지요. 현실과 상상을 잘 버무린 책을 보면서 모험담을 감상해도 좋고 책을 읽은 뒤에 호주 사회에 대해 조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