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하여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3
율리 체 지음, 권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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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풍경에 감동해 눈물 흘리는 도라, 코로나로 난리법석인 베를린과는 전혀 달라 어쩐지 안심이 된다. 이곳에서라면 재택근무를 하며 평온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환경보호론자에서 감염병 연구자로 변신한 연인에게 비난받을 일도, 온통 코로나 이야기만 해대는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없을 테지. 도라는 행복한 상상에 젖어든다. 황폐해진 땅을 가꾸려 안간힘을 쓰다 한계에 부딪히기 전까지, 말이 통하지 않는 괴팍한 이웃을 만나기 전까지는.

코로나 사태로 일상이 마비되는 일상을 생생히 드러내는 이야기에 어떻게 몰입하지 않을 수 있을까.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우리가 이미 겪은 코로나 초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갑작스레 나타난 바이러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쳤던가. 웃음이 사라지고 일상이 삭막해졌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일상 깊숙이 침투한 바이러스에 익숙해져 더이상 예전같은 공포에 시달리지 않는다. 소설 속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극한 상황에 맞닥뜨린 사람들의 삶을 기술하면서 '인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로서 코로나를 이용하고 외면하고 비난하고 결국에는 함께 하는 우리 말이다. 분주한 삶을 꾸리던 주인공은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다른 이들을 만나 비로소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 본다. 편협하고 이기적이지만 남을 이해하고 도울 수도 있는 그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온갖 일을 겪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가는 우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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