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미 시스터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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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일어나는 많고 많은 사건은 내게 일어나지 않음으로써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된다. 소설의 주인공 수경 또한 그랬다. 선량한 얼굴을 한 직장동료가 약을 탄 음료를 건네기 전까지는. 날벼락을 맞은 수경이 몇 달 동안이나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 게 남들이 말하듯 유난일까.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라 인식할 정도로 심하게 마음을 다친다면 이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다.

사기를 당해 집을 날린 부모, 전업투자를 하면서 투자금을 까먹기만 하는 남편, 남편의 형이 버리다시피 한 조카들까지 거둔 채 가장으로 살던 수경. 그 어깨에 무슨 짐이 그렇게도 무겁게 내려앉았나. 자신에게는 엄격하면서 타인에게는 너그러운 천성을 지닌 수경이 힘들게 가족을 건사하는데 고마워하는지 어쩌는지 티가 나지 않는 가족들은 수경이 오래 주저앉아 있자 그제야 움직이기 시작한다. 홀로 힘들 때 짐을 좀 나눴다면 어땠을까.

자차 배송, 대리운전 같은 플랫폼 노동 시장에 뛰어든 수경의 가족이 현실을 마주하면서 아픔을 똑바로 바라보는 과정이 차근차근 전개된다. 답답한 사람들이라 느꼈는데 천천히 사회로 녹아들며 따라가기 벅찼던 세상에 당당히 서는 모습을 보니 애잔하기도 하다. 수경의 짐이 한결 가벼워져 다행이다. 벼랑 끝이라 느껴도 곁에 있는 사람을 끌어안고 함께 미래를 꿈꾸는 등장인물들의 마음이 그려진다. '함께'라는 말이 가진 힘을 새삼 느끼게 되는 이야기라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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