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인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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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쉐를 중국의 카프카라 했던가. 의미 없는 세계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카프카처럼 찬쉐도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 인물들의 내면을 집요하게 묘사한다.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환각에 빠져드는 등장인물들은 위태로워 보이는데 현실에서보다 환상 속에서 생생하게 존재하는 듯하다. 거리낌없이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자기만의 세계란 편안하기만 한 곳일까. 이곳으로 도피할수록 곁에 있는 연인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데도.

끊임없이 목적이 불분명한 일에 매진하며 만나는 사람들과 뜻 모를 말을 주고받는 주인공들을 보면 혼란스러운데 자신이 원하는 바를 깨닫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 치면 무기력하게 현재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나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환상의 길이 어디로 연결되든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지만 말았으면 싶다. 마음의 간극을 좁히려 노력한다면 또 누가 알겠는가. 알 수 없는 존재로 남아 흐릿해지던 사람이 현실로 돌아와 눈에 광채를 띠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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