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대단히 현명해질 거라 생각할 것이다. 키도 크고 지혜로워져서 지금 어려운 일도 거뜬히 해내리라고. 그런데 어른이라고 모든 일을 척척 해내고 세상일에 통달할 수 있을까. 장난감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골똘히 생각했던 아이가 어른이 되면 그 머리를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방법을 구하는 데 쓰게 된다고나 할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존경할 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한 어른을 찾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 나오는 어른들만 봐도 알 수 있으니. 그들은 어리석게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후회를 반복한다. 갑작스러운 일에 직면하면 혼이 나가 어쩔 줄 모른다. 그렇다고 어른들이 항상 욕망만을 좇으며 산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밝힌다.엄마의 65세 생일을 맞아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러 별장에 모인 어떤 가족의 면면을 보여주는 소설 속에는 가족이라면 으레 나눌 것이라 예상하는 애정어린 눈빛이 거의 없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가족들 사이에 긴장감이 맴돌기까지 한다. 동생에게 질투를 느끼는 언니, 언니를 비난하는 동생, 술김에 행동을 조심하지 않은 동생의 남편, 여전히 동생을 아이처럼 돌보는 엄마. 이들 뒤에는 모두를 지켜보면서 일의 진행 방향을 꿰뚫는 엄마의 남자친구가 있다. 이들 중 어른처럼 행동하는 사람은 그뿐인 듯하다. 아직 마음 속에 남아 있는 아이가 어른이 될 준비를 마치지 못해 어설프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안쓰럽다. 이들에게 행복은 멀리 있는 걸까.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행복과는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