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뭇잎 웅진 우리그림책 83
박은경 지음, 서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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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날, 나뭇잎이 툭 떨어졌어요. 빨간색 나뭇잎은 햇볕을 쬐고 바람을 쐬면서 점점 오그라들어 반원형 집이 되었어요. 점점 추워져 머물 곳을 찾던 곤충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네요. 풍뎅이, 네발나비, 거미가 함께 꽃차를 마시고 여름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정다운 시간을 보냅니다. 매에게 쫓기던 숲들쥐도 합세했어요. 숲들쥐가 굽는 빵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두입니다. 추운 겨울이 느릿느릿 지나고 어느새 봄이 왔어요. 헤어지는 게 아쉽지만 이제 각자의 길을 떠날 차례입니다. 홀로 남겨진 나뭇잎 집은 어떻게 될까요. 이후에 이어진 이야기는 잔잔하고 따뜻합니다. 어쩌다 뒤집힌 나뭇잎에 물이 고인 뒤 모두가 만나게 되거든요. 만나고 헤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담담히 그려낸 내용이 참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이야기 중간과 끝에 시가 나옵니다. 알고 보니 글을 쓴 사람이 시인이네요. 자연을 관찰해 섬세하게 표현한 글입니다. 연필로 그린 그림도 잘 어울립니다.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곤충들을 보면서 포근한 집을 독차지하려고 서로 싸웠다면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연 속에서 자연이 선물한 집을 현명하게 사용하는 모습에 흐뭇했습니다. 혼자 쓰면 넓을 공간이지만 찾아오는 친구들을 굳이 내치지 않고 집으로 들이는 모습이 얼마나 다정한가요. 나누어 쓰니 좁지만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무사히 보낸 겨울이 두고두고 기억나지 않을까요. 곤충들이 모여 살 정도로 큰 나뭇잎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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