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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평점 :

빈센트를 그린 정여울 작가의 글을 보고 다른 작품도 찾아 읽었다. 헤세에 대한 이야기,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하는 이야기,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조용히 이야기해서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애정 어린 눈길, 끝없는 관심이 느껴지는 글이 너무 따뜻해서 정여울 작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은 너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아마 황광수 작가는 이런 감정을 충분히 느꼈을 것 같다. 삼십이 년의 나이 차이를 넘어 친구가 된 두 사람이 서로에게 쓴 편지를 읽으며 사랑에 국경도 나이도 없다고 하듯 우정도 동일하다는 걸 알게 됐다. 솔직히 예전엔 외국이야 문화가 다르니 그렇다 쳐도 한국에서 몇십 년 차이 나는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이로 서열화를 시키는 문화에서 자라면서 또래와만 어울려 나이 차이 나는 사람을 사귈 생각조차 안 했다는 게 더 맞는 말이겠다.
정여울 작가와 황광수 작가는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정여울 작가는 자신이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대화의 기술이 없었지만 황광수 작가와 우정을 쌓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상대가 먼저 마음을 열어 보이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서로의 관심사가 같아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해졌다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로 서로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고. 세상을 더 오래 살았다고 저절로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지식이 최고인 양 으스대며 나이 어린 사람을 가르치려고만 드는 사람이 많은데 그 틈에서 나이 적은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와 토론하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면 기꺼이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황광수 작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서로가 나눈 격려와 칭찬, 의견은 정여울 작가의 마음에 평생 살아 있을 것이다. 언제고 위로가 될 기억을 가지고 소중한 친구를 잃은 슬픔을 견뎌낼 그의 마음이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