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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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장 가깝게 이어져 있으면서 무엇이든 다 주기도 하고 누구보다 증오하며 날을 세우기도 하고 서로에게 관심 없이 데면데면하게 지내기도 하는 가족이라는 것은. 끈끈한 가족애로 뭉치며 잔잔한 드라마를 찍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애증이라는 관계의 층을 넘나들며 역동적인 가족사를 만드는 가족도 있는데 어떤 가족이든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를 마주한다는 공통점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까. 눈앞에 닥친 문제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가족 구성원의 사이는 돈독해지기도 하고 소원해지기도 한다. 이 소설은 1970년대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어느 마을의 부목사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솔직하지 못한 구성원들이 상처를 주고받으며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는 모습을 세세히 보여준다.


책을 읽으면서 '크로스로드'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여러 갈래로 나뉜 길 앞에 선 가족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가족은 각자 판단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머물러 있을 수 없기에 어떤 선택이든 해야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모른 채로 내딛는 걸음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베트남 전쟁, 인종차별, 빈부격차, 약물중독 등 그 시대가 당면한 문제들 속에서 갈피를 못 잡는 가족들이 답답하면서도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한 가족의 모습이라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가족 간에 일어나는 시기와 질투, 미움과 사랑은 그 양에 따라 활력소가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게 아닌지. 표지에 함께 눈을 감고 기도하는 가족 그림이 있다. 화목한 가족의 평온한 한때로 보이지만 실제는 어떨까. 모이면 웃음꽃이 피는 가족일 수도 있겠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고 각자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가족일 수도 있다. 겉으로 봐서는 도통 알 수 없는 게 가족 아닐까.


* 세상에는 두 종류의 편지가 있다. 열정적으로 찢어서 열어보는 편지와, 읽으려면 각오를 다져야 하는 편지 말이다. 어머니의 편지는 후자였다. p.841

* 나쁜 소식이라도 있어? 누가 아프대?

응. 뭐...... 맞아.

그럼 당장 가. 펠리페가 말했다. 가족보다 중요한 건 없어. p.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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