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7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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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에게 무시당하는 소년은 사람들의 인정에 목말라 있다. 이때 주변 아이들에게 인정받을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주위 아이들의 부추김을 받아 같은 반 학생을 폭행하는 소년의 행동은 어그러진 인정 욕구로부터 비롯된다.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하지만 겉으로는 따돌림당하는 학생을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인다. 웃긴 것은 본인이 생각해도 후속 조치가 미비하다는 것. 가해자에게 터무니없이 후한 인심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피해자에게 제대로 사과하라고 하는 어른이 한 명도 없다. 일이 커지지 않게 조치하는 데만 신경을 쓸 뿐. 소년은 뭔가 이상하다 느끼지만 아마도 학교폭력은 없었던 일인 양 넘어갈 것이다. 반복되는 학교폭력에는 어른들의 책임도 크지 않을까. 첫 번째 소설 <폭력의 굴레>에서부터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단편집이 마음에 들었다.


표제작인 <숏컷>에는 페미니즘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실태가 잘 나타나 있다. 짧게 자른 머리가 어쩌다 페미니스트의 상징이 되어버린 걸까. 비아냥거림이 스며든 '페미'라는 말이 성별을 가르며 서로 반목하게 하는 장치가 되고 있구나 싶어 안타깝다. 잘못된 일이 잘못되었다 말하는 데 큰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을 헤쳐가야 하는 요즘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잘못된 상황을 인지하고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겠다 생각하는 모습에 지금보다는 나은 사회를 만들겠구나 싶어 대견하기도 하다. 표절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다가 뒤늦게 그 무게를 인지한 아이가 나오는 <달콤 알싸한 거짓말>도 기억에 남는다. 다른 이가 쓴 글을 자신의 것인 양 내놓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다른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할 거라 생각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아무쪼록 청소년들이 자신뿐 아니라 남의 소유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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