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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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들은 무시무시한 추위를 견디기 위해 다섯 마리의 개를 끌어안아야 했던 밤을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 했다. 혹한의 시간을 빗대는 이 말은 맨몸으로 뚫고 나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의미하기도 하는 듯하다. 알비노로 태어난 세민이 겪어야 했던 생이 온통 이런 시간의 연속이지 않았을까. 아이가 겪어야 했던 차가운 눈빛, 날카로운 말들은 길지 않은 아이의 생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아이의 열망은 생각지 못한 길로 뻗어나간다. 자신과 다른 외모를 견디지 못하는 무수한 사람들은 움츠러들지 않는 아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자신들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데 정성을 들인다. 백색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주눅 들어야 하며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몸을 낮추어 지내야 할까. 남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사람은 특출나게 뛰어난 재능을 가지면 안 되는 걸까. 소설을 읽을수록 의문은 계속된다.


사람의 태도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음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하다 싶은 이에게 거리낌 없이 함부로 대한다. 당신은 약자에 불과하니 내 앞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약자답게 살라고 윽박지른다. 자신은 결코 약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으리라는 터무니없는 자만심은 폭력적인 시선으로, 암묵적인 학대로 나타난다. 어느 나라에서는 알비노에 걸린 사람의 신체를 주술에 사용한다고 한다. 이들의 뼈, 머리카락, 피부 등을 얻기 위해 자행되는 범죄는 잔인하기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다고. 여전히 이런 미신을 맹신하는 곳이 있다는 게 놀랍다. 몇백 년 전, 특정인을 마녀로 몰아 사냥하던 행위와 다를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희생자를 제물 삼아 사람들을 결속시키는 이런 행태가 없어질 날이 오기는 올까.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지 않더라도 교묘히 억압해 지배하려 하는 마음은 어떻게 대를 이어 전해지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자신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음을 생각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 모두는 이다지도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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