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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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신기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덕후와 철학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어서이다.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덕후'는 몇십 년 전, 집에만 틀어박혀 취미생활을 하는 사회성 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통용되었다. 지금은 그 뜻이 긍정적으로 변해 어떤 분야에 열중하면서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갖춘 이들을 지칭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덕후 문화가 널리 퍼지면서 '덕후'가 밝은 이미지로 변하고는 있지만 아직 비호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저자는 철학자들의 주요 개념을 덕질 현상에 빗대어 이야기하면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환상과 기쁨이 어떻게 작용하고 유지하는지 풀어쓰고 있다. 취미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덕질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면 좋지 않겠는가.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 되니 적당히 빠져들면 나쁘지 않으리라 본다.


연예인에 빠져서 팬클럽 활동을 하다 부모님께 혼나곤 했던 기성세대는 덕후 문화가 점점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걸 보며 부러워하다가 예전 생각을 하며 당당하게 연예인 덕질을 하기도 한다. 달리기, 등산 등 하루라도 운동하지 않고는 안 되는 운동 덕후, 와인의 역사를 줄줄 꿰며 와인을 예찬하는 와인 덕후 등 다양한 덕후가 있는 마당에 이제는 마냥 부러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남들은 상관없이 자신에게 특별한 어떤 것에 푹 빠져들어도 보고 굿즈도 사모아 보고 연관된 책을 탐독하며 자신만의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 다른 이에게 폐 끼칠 걱정 없이 즐거움을 주는 일을 외면하지 않는 게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덕후와 철학 입문자들 모두를 위한 책이라고 하니 덕후들은 이 책을 보면서 덕질을 더 열심히 하면 되겠고 덕질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관심 있는 분야를 서서히 파들어갈 준비를 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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