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당신을 구할 철학 수업 ㅣ 서가명강 시리즈 18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누군가가 내게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사는 게 즐거워서 항상 웃는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며 산다는 정도로 답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이 가는 길이 꽃길이라고만 생각하는 이가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에 의문을 가지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할지 생각한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를 배우면 둘을 알 수는 있겠으나 열까지는 무리이지 않을까. 물론 천재라면 조금쯤 얘기가 달라질 수는 있겠다만 쉽게 이뤄지는 앎이 인생을 항상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함을 안다. 그 삶을 경험하지 못했으니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우리는 삶은 각각 가치를 지닌다. 모든 이가 살아가는 여정은 각기 다르며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삶은 고통일까.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 추와 같을까. 인생의 어두운 면을 부각한 그의 말은 처음 들으면 지나친 게 아닌가 싶지만 그 내용을 파들어가면 삶의 어두운 부분을 인정하게 된다. 나만 해도 수많은 고민을 안고 있으니 여간 마음에 와닿는 게 아니다. 고통을 야기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찰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겉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의 성취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공감한다. 타인의 삶을 부러워한들 그 삶은 내 것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가 실제로 행복한지 알 수는 없는 법이므로.

영원히 계속되는 행복은 없다. 욕망이 충족되면 잠시 행복해지지만 행복은 곧 사그라든다. 신기한 점은 별다른 일이 없을 때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고통 앞에서 뒤돌아보며 그때가 행복했구나 느낀다는 것이다. 고통은 행복보다 생생하며 삶에 자극을 더한다. 이는 행복을 좇기보다는 고통을 줄이려고 애써야만 한다는 문장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다. 어두움과 밝은 면이 함께 공존하는 삶.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우리의 여정은 불확실한 것이기에 의미 있는 게 아닐까. 때로는 힘든 일이 앞을 막겠지만 세상을 가치 있게 볼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도 가치 있는 인간으로 볼 수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고통을 마주하고자 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세상이 헛된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