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불행은 내일의 농담거리
김병선 지음 / 웨일북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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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 글을 보고 기대감이 들었다. 자신이 망한 얘기를 할 거란다. 불행하다 생각했던 시절을 소재로 해 어떤 이야기를 펼치려는 걸까 했는데 자신이 불행이라 여겼던 것들을 농담거리로 활용하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있단다. 그렇다면 지금은 아주 행복할 걸까. 적어도 불행하다 여기지는 않을 것 같아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자신의 불행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야기를 읽기엔 시간이 아까우니까. 자신의 농담에 웃는 사람들을 보는 게 좋아 개그맨이 된 그는 몇 년 동안 인지도 없는 개그맨으로 살다 도전정신으로 스페인으로 건너가는데 그때부터 고생길을 걷게 된다. 그때까지도 화려한 인생은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일단 무보수로 축구팀 통역을 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그렇잖은가. 무보수라니.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정당한 보수는 기본이건만. 축구팀에서 쫓겨난 뒤 노숙자 신세가 되질 않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욕을 먹어가며 무대에 서질 않나. 그런데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저자는 스스로를 폄하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 나갈 뿐이다.


책 내용 중 저자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알보의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대화 내용을 보면서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교육을 받고 사회라는 테두리 속에서 지내며 당연하다 여기게 되는 것들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좋은 차와 좋은 집, 성공이라는 단어를 좇게 되는 사람들은 여기도, 스페인에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고 한 알보의 말에 공감이 된달까. 자신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남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아니라 자유롭고 행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는 걸, 꿈을 좇는 자신이라는 걸 이야기할 때의 표정이 어땠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고생을 사서 할 자신은 없지만 하기로 결정한 일이 있으면 최선을 다하고 작은 실패에 좌절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 덕에 불행을 떨쳐버리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 이런 삶도 있고 저런 삶도 있는 거지. 자신이 이뤄낸 작은 성취는 남들의 큰 성취와 비할 수 없을 만큼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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