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삼킨 소년 -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4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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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이 된 소년이 범죄현장을 목격하고 범인을 찾기 위해 단서를 따라간다.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해 범인을 찾아낸 소년은 집앞까지 따라간다. 범인을 잡을 순간이 눈앞까지 온 듯하다. 여기까지 들으면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아이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함께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주인공 태의는 어릴 때 어떤 일을 겪은 뒤로 말을 하지 못해 문자나 글씨를 써서 의사를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소년이다.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단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잘 안 되고 빈번히 오해를 산다. 태의만을 위하는 아빠가 곁에 있지만 하루종일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법. 학교로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부터 세상은 소년에게 어렵고 힘들게만 다가온다.


우연히 살해 현장을 보게 된 태의는 밤에 밖에 나간 게 들켜 혼날까 봐 목격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매일 공원에 나오는 노인과 알게 된 소년은 그가 형사였던 것을 알고 범죄를 조사하는 방법을 물어보기도 하고 똑똑한 학급 반장에게 단서를 찾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면서 세상을 조금씩 더 알아나간다. 문제는 태의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그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데 있다. 혼나는 게 무서워 혼자 범인을 추적하는 중학생을 떠올려 보라. 너무나 무모하다. 말을 하지 못하니 위급한 상황에서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전화를 걸어 통화할 수도 없다. 오직 문자만 보내는 게 가능한데 막상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침착하게 문자를 제대로 보낼 수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 소설에서는 다행히 아이가 무사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어찌 됐든 태의의 세상이 좀 넓어졌으니 앞으로의 일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친구 없이 지내던 아이에게 친구가 생긴 걸 보니 그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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