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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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고방식을 가만히 떠올리게 하는 단편집을 읽으면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행동이 현재에는 옳지 못하다 여겨지기도 하고 그때는 별나게 여겨졌던 생각이 오늘날에는 보편적인 사고로 인식되기도 한다. 몇백 년 전 사람들의 사고는 그 시대의 상황에 따라 한데 모였을 것이고 현시대의 사고 또한 그런 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신기한 점은 어느 시대에서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시하는 부분이 같을 때 이에 반기를 드는 의견은 묵살당하거나 배척당했다는 사실이다. 억압당하면서도 의견을 굽히지 않은 소수의 사람들이 다음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 또한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사안들을 가져와 글을 썼다. 안락사, 낙태, 동성애, 치매 등을 다룬 이야기 속에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요즘, 언젠가는 끝날 삶을 건강히 가꿔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 끝에 이를 때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상태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첫 이야기인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성애, 표절, 안락사 등의 소재를 잘 풀어낸 이야기를 읽으며 다른 인물들의 속내는 차치하고 의식이 없는 아버지가 딸의 선택에 고마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사람이 의료기계에 의지해 생명만 연장하고 있다면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병원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를 기꺼워할 환자가 있기는 있을까. 환자가 의식을 잃기 전 생을 마무리할 때 어땠으면 좋겠다고 의사를 표명했다면 선택이 그나마 쉬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가족으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럴 때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 본 구절이 떠오른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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