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집 연대기 - 일생에 한번 자기만의 삶의 리듬을 찾는 경이로운 시간
박찬용 지음 / 웨일북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립하려는 사람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상황에 따라 가격이나 위치, 집의 청결도나 크기 등이 고려 요소가 될 수 있겠다. 입지가 좋고 월세가 저렴한 데다 공간이 넓으며 주변에 녹지까지 조성되어 있는 주택에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갈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보지 않고 조건만 듣는다면 누구나 솔깃하지 않을까. 내부가 낡았다고 해도 그 정도야 약간 손보면 된다고 당장 집을 보러 가겠다는 사람이 줄을 설 수도 있겠다. 저자가 발견한 집이 딱 그랬다. 듣기만 하면 참 좋은 집. 실상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어 전면적인 공사를 벌여야 하는 집. 오래된 주택은 현재의 기준에서 본다면 불편한 구조로 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중간에 수리를 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거기다 단열이 잘 안 돼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경우가 많다. 요즘 짓는 주택은 이런 부분에서 몇십 년 전보다는 낫겠지만 월세가 결코 저렴할 리 없으므로 보증금을 넉넉히 준비해야만 한다. 저렴한 집에 들어가 수리해 사는 게 보증금을 많이 내는 것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이 얼핏 들 수도 있는데 리모델링에 가깝게 수리를 하게 된다면 오히려 시간적, 금전적인 손해를 꽤나 보게 될 수 있다.


집이 낡았으니 집을 수리해서 살자고 간단히 마음먹은 저자는 이후의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으므로 당시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을 테다. 손에 쥔 예산만을 생각한 그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마감을 지켜야 하는 잡지 에디터로서 공사 일정에 매달릴 수 없어 완성되는 날짜가 점점 늦춰지기도 했지만 바닥에 온돌 마루를 새로 깔고 벽지를 붙이고 화장실에 타일을 까는 동안 '낡고 헐고 찐득한' 공간이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 신선했다. 월세를 내며 머무는 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바꿔가며 즐거워하는 저자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깨끗하고 불편하지 않은 집을 중시했던 자취 시절을 떠올리며 저렇게 온갖 노력을 들여 집을 고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는 2년을 살고 2년 재계약을 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소유한 집이 아니니 언젠가는 떠나야 할 테지만 머무는 동안만큼은 자연을 감상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자신이 만든 아늑한 집에서 여유를 만끽하기를 바라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