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의 인문학 - 거대한 지식을 그림으로 잘게 썰어보기
권기복 지음 / 웨일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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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태어난 곳 근처에서 평생을 살았지만 산업이 발달하면서부터 일자리를 찾아 고향에서 점점 멀어졌다. 사람들은 향수에 시달렸고 외로워했다. 동네 사람들과 끈끈한 연대를 맺으며 살아온 시간들은 뒤로 가고 이제 속을 터놓지 않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인사도 나누지 못한 이웃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계속 된다. 대가족으로 복작복작 살 때는 갈등도 많았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함께 해결해나가곤 했는데 핵가족 시대로 들어서면서는 개인의 자유가 커진 대신 책임을 나눌 여지가 줄어들었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낙오될까 두려워 우울감을 품고 다니게 되었다. 과거와 현대의 생활 방식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어느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다만 현 사회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외로움을 해소하고 불안감을 덜 느낄 방도를 찾을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돈을 많이 버는 데 치중해야 할까? 지식을 쌓아 남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느끼면서 자신감을 찾아야 할까? 내일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오늘만 산다는 생각으로 즐거움만을 추구하며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일일지 곰곰이 생각해 본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을 찾게 된다. 앞에 나열한 대로 쉬운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기도 하고 오직 자신만 생각하며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 세상은 결코 '나'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한다.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변하는 순간을 빈번히 목격하다 보니 나만을 위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다.


내게 좋은 것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또는 이 사회에도 좋을 것인지 고민하는 과정은 너무 진지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닌가. 각 개인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그럼으로써 이 사회가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해 가는지에 관심을 둔다면 앞으로 해야 할 일이 그리 어렵게 여겨지지만은 않을 듯하다. 우리의 생활을 모두 포함하는 인문학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면 방법이 될 것이다. <한 컷의 인문학>에도 나오듯 우리는 사랑과 돈, 계급, 자유 등의 개념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생각을 놓지는 않을 수 있다. 돈에 끌려다닌다거나 할 일을 못할 정도로 사랑에 목매는 대신 적절히 돈을 부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다면 멋지지 않을까. 우선은 힘들다 느끼는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 볼 용기를 내야 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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