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평점 :

<18세, 바다로>는 단편 <다카오와 미쓰오>를 영화로 만들고 붙인 제목인데 이 책에 <18세>, <바다로>라는 단편도 실려 있다. 저자는 젊음의 잔혹함에 초점을 맞춰 성인이 될 즈음, 갈팡질팡하고 막연히 두려워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글로 표현했다. 자신을 삶을 스스로 꾸려나가면서 책임져야 하지만 아직 자신도 없고 뚜렷한 길을 찾지 못한 인물들이 서서히 스며드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극대화되어 있다.
수록된 단편 중에서 <다카오와 미쓰오>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열아홉인 주인공은 일 년 전에 죽은 친구들을 떠올리며 슬픔이 아닌 감정을 느낀다. 갑갑하면서 뜨거워지는 마음을 표현할 단어는 뭐가 있을까. 입시 학원에 다니던 주인공은 마음을 잡지 못해 모던재즈 카페에 드나들면서 늘상 약에 취해 지내는 친구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냈다. 회상 장면을 볼 때까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였거나 친했지만 나중에 싸우기라도 했을 거라 짐작했는데 끝까지 본 뒤에는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뭐라 단언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이 이상한 일을 꾸밀 때 가담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할만 하다.
동반자살을 흉내 내며 사기 행각을 벌이던 그들은 자살을 한 것일까, 이들의 행동을 그만두게 하려던 누군가가 죽인 것일까. 아무래도 전자일 확률이 높은데 그렇다면 왜 그들은 수첩을 남긴 것일까. 어찌 됐든 그들은 자신들의 죽음이 주인공에게 충격을 줄줄 몰랐을까. 어쩌면 영영 그들을 잊지 못하게 할 속셈이었을 수도 있겠다. 친구들은 죽음을 가볍게 여겼을 수도 있고 죽고 난 뒤의 세계가 더 좋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타인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주지는 말았어야 했다. 이제 주인공은 석연치 않은 죽음에 평생 발목을 묶인 거나 다름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의 인생을 건사하기도 힘든 인물에게 이리 큰 짐을 지우다니. 작가가 주인공에게 조금 더 친절했다면 좋았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