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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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광복절 기념일에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대통령의 연설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을 때 갑자기 나타난 사내가 권총을 발사하며 앞으로 뛰어든다. 연달아 발사되는 총소리에 사람들은 혼비백산하고 그 와중에 영부인과 여고생 한 명이 쓰러진다. 이 장면은 생중계되어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다. 총을 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체포되고 주인공이 어쩌다 이 용의자를 변호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돈 안되는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은근히 동기들에게 무시당하던 그는 이 사건을 통해 유명세를 떨칠 수 있을까. 적당히 양심선언을 하고 물러나면 그렇게 될 것이라는 선배 변호사의 충고를 따르기로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점점 체포된 사람의 단독 범행이 아님을 눈치챈다. 상상도 못할 배후세력이 있음을 직감하면서 점점 사건에 깊이 연루되는 주인공과 지인들은 위험에 노출되고 그의 고뇌는 커져만 간다. 그는 사건의 중심에 도달할 수 있을까.


시나리오 작가가 쓴 소설이라 그런지 영화를 보는 듯했다. 주인공이 양심과 성공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현실적이었고 사건에 뛰어들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생생했다. 몇 시간 만에 책을 다 읽고 이 사건에 대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사실 이 사건은 실화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내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는 장면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세계인을 경악게 한 사건으로, 북한의 사주를 받은 재일교포가 단독으로 저지른 범죄라 알려졌다. 범행을 저지른 청년이 범행을 자백한 뒤 곧 사형을 받아 사건이 종결되었는데 일각에서는 이 일이 급히 진행되면서 의심스러운 일들을 덮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저자는 7년 동안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보도된 내용과는 다른 진실을 마주했고 이를 전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한다. 영화로 제작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외압으로 제작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이제서야 영화를 다시 만들 수 있게 되었다니 끈기가 대단하다 싶다. 언젠가 상영된다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일반인이 모르게 묻히고 덮인 사건이 또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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