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도 있다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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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도 있다>

살다 보면 파란 하늘만 봐도 기분 좋은 날이 있고 이유 없이 허무하다 느끼는 날도 있다. '저녁 찬거리를 사서 돌아오는 길'에, '마른 빨래를 걷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마음이 허해지기도 하지만 그런 기분은 엄마의 안부 전화로 날아가기도 한다. 어떤 행동이 특정한 기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마음이 다르다. 좋은 감정뿐 아니라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사니 삶이 풍성할 수 있구나 새삼 느낀다.


<선생님의 꿈>


옆집 언니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에 반해서 엄마를 졸라 피아노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어찌어찌 두 손으로는 치는데 페달 밟는 게 왜 그리 안 되는지. 재미도 없고 재능도 없어 몇 년 못 다니고 그만 두었다. 그 후로도 옆집 언니의 피아노 소리는 듣기 좋았다. '어른을 위한 피아노 학원'에 다니지만 오른손과 왼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울적한 마스다 미리가 페달을 밟으면서 땀범벅이 되는 모습을 보니 안됐다.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얼마나 긴장이 되는데. 나는 이제 피아노는 듣는 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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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26살에 고향을 떠나 도쿄로 간 마스다 미리가 글을 쓰면서 여러 경험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10년 동안 생활하며 느낀 바를 전하는 30대의 그녀를 만나니 친구 같기도 하다. 가족, 친구, 일하면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는 물론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을 터놓는 친한 친구.

그녀의 글은 언제 봐도 좋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평범한 삶을 풀어놓기만 하는데도 위로가 된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느긋하게 혼자 쉬는 시간을 따로 빼놓고, 마음 약한 사람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내고, 조언과 참견의 차이를 생각해보는 마스다 미리. 어떤 일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고 툭툭 털어내는 모습이 좋다. 자신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무리하지 않는 모습도. 젊었을 때의 모습이 죽 이어져 지금에 이르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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