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아이 백천수 씨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0
손서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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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큰일이 일어났다. 자원봉사를 하러 멀리 간 고등학생들이 살인사건에 휘말렸다는 것. 뉴스를 읽고 뭔가 이상했다. 청소년들이 작은 아이를 죽였다는데 그들은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지 않은가. 소속된 단체에서 하라는 일만 했을 텐데 어떻게 살인을 저지를 수가 있을까. 그러나 소설 속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하기는커녕 외국인들을 당장 벌하라고 아우성이다. 고등학생들이 정말 그 일을 했을까. 무슨 일이 어떻게, 왜 벌어졌는지 궁금해 책장을 빨리 넘겼다. 스펙을 쌓기 위해 케냐에 간 천수, 영어는 한 마디로 못하지만 운 좋게 뽑힌 승아, 쾌활하지만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마거릿이 봉사활동을 하며 마주치는데 이들이 있던 곳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건 때문에 모두 혼비백산하게 된다.


소설은 잡혀 있는 아이들의 현재 상황과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이들의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상처가 된 가족사를 가슴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케냐에서 그리고 미국에서까지 저도 모르게 이리저리 얽혀 가는 모습이 무겁지 않게 펼쳐진다. 자칫 어두운 분위기가 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이렇게 경쾌한 문체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친구도 없고 자신감도 없던 천수가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이고자 애썼던 마거릿이 드디어 자신이 만들어낸 굴레를 벗어나고 나머지 인물들도 갇혀 있던 틀을 부수는 모습을 보면서 성장하는 데는 나이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연계해 살인 누명을 벗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


이 소설에는 천수 말고도 라몬이라는 아이가 나온다. 마거릿을 곤경에 빠뜨린 아이로 모두가 혀를 내두르는 문제아다.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이는 '못난 천수'와 '못된 라몬'은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듯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른이 되어 간다.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껴 주눅 들었던 천수, 사랑받고 있는 건 알지만 자신도 모를 반항심이 솟구쳐 엇나가던 라몬은 각자 겪은 큰 사건을 통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어른이라고 해서 아이들의 마음을 어찌 다 알까. 겪는 일과 성정이 어울려 만들어지는 삶이 모두 다 다른 것을. 청소년들이 몰려다니며 어른 흉내를 내는 걸 볼 때마다 기겁하며 훈계하던 마거릿도 결국엔 자신의 위선을 인정했다. 교훈을 늘어놓는 대신 마음을 헤아리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조여든 마음이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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