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억 1~2 - 전2권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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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번 사는 인생. 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다시 시작되는 생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무려 112번째의 생을 사는 르네의 전생 탐험을 통해 다양한 시대를 살아온 인간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어가는지, 이 기억이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나'라고 믿는 게 나의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수많은 생을 거친 뒤에 지금의 '나'가 있는 것이라면 그동안 겪었던 경험이 내 안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 것이다. 그 경험들을 평생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을 테고 르네가 겪었던 것처럼 우연히 알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어느 쪽이 좋은 것일까. 과거의 자신들을 만나는 르네를 보면서 전생이 정말 있다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면사의 공연을 보러 갔다가 우연히 자신의 심층 기억을 들여다본 르네는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다가 처참하게 죽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고 공포에 질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거의 다른 자신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전생의 경험들이 현재 자신의 사고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는다. 젊디젊은 나이에 죽은 병사는 운명을 선택하고 싶었을 것이고 재산을 노리던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백작 부인은 가족이 없는 삶을 꿈꿨을 것이다. 노잡이 의자에 묶여 끊임없이 노를 젓던 갤리선 노예는 평화로운 일상을 간절히 바랐음이 틀림없다. 무의식의 복도에서 기억의 문을 하나씩 열면서 갑자기 들이닥치는 기억에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전생의 염원이 현재의 그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인정하게 된 그는 현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수많은 '자신'이 바라던 삶을 현생에서 이루어낼 수 있을까.

역사 교사인 르네가 과거의 첫 번째 자신, 게브를 처음 만나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천문학자인 게브는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르네의 전공이고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의 전공이라 말하는데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여유 있는 태도가 신비로웠다. 미래를 꿰뚫는 혜안을 지닌 삶은 어떨까. 적어도 눈앞의 일에 매여 아등바등하지는 않을 듯하다. 르네는 과거의 자신들을 만나면서 여러 시대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역사 교사로서 역량을 발휘한다. 우리는 역사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신화와 역사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함은 물론 정복자의 관점에서 기술된 역사를 의심하지 못한다. 주류에서 벗어난 강의로 논란을 일으키는 르네는 다양한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환기시킨다.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들이 쌓여 역사가 되고 이는 미래를 지배한다. 몇백 년 뒤에 지금의 세상은 어떻게 기록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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