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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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성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이야기가 소설, 에세이로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에서도 현실적인 내용을 보여 주는데 여러 세대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공감하며 읽었다. 우리 사회에서 희생하며 살았던 여성들은 이제 자기 인생을 챙길 줄도 알고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집회를 열고 서로 연대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자 함에도 입장 차이라는 건 여전히 존재하고 고정관념은 뿌리 뽑지 못한 채다. 서로 돕자는 취지에서 만났음에도 마음 한구석에 품은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까지 가게 될까.

작가는 넓게는 사회 운동, 좁게는 친구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 보며 규모에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린 아이에서 노인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제의 틀 안에서 여성들이 지키려 하는 권리뿐 아니라 외로움, 관심, 우정, 가치 등 우리를 어디론가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것들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들을 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는 남을 쉽게 평가한다. 친구라 하면서 그의 불행을 은밀히 공유하고 그의 삶까지 매도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우정을 나누던 이들과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멀어지다 SNS로 겨우 안부를 전한다.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말들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도 하지만 후련한 마음은 어느 순간 공허해진다. 우리는 누구에게 말을 하고 있나. 들어주는 사람이 어디에 있기에.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고립되었을까. 삶에 쫓겨 가족만, 나 자신만 바라보다 모든 인간 관계가 끊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에게는 터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진심을 주고 받을 누군가가. 타인의 기록을 슬쩍 보면서 이리저리 판단하기보다는 만나서 안부를 묻고 아픈 마음을 숨기느라 해쓱해진 얼굴을 보면 먼저 손 내밀 수 있다면, 다정히 한마디 건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의 진경이 은정에게 손을 내밀었듯, 과거의 진경이 세연에게 먼저 다가갔듯. 교련 시간에 함께 붕대를 감던 친구들이 다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삶을 응원하기를 바란다. 친구에게, 알고 있는 사람에게, 알게 될 사람에게 미소짓고 오래도록 우정을 나누어보자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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