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연필로 그려낸 인물들은 표정이 살아있다. 맑은 눈의 어린 아이, 익살스런 표정의 배우, 진지한 얼굴의 자기 모습까지 특징을 잘 잡아낸 얼굴에 찰나의 감정이 일렁인다. 사진과 똑같지 않아 더 개성이 묻어난다.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 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은 저자는 하루에 두세 시간 잡념을 잊고 그림만 그린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낮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에는 화실로 달려가 자기만의 시간에 빠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면서부터 자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인생을 즐겁게 여기게 됐다는 글에 행복이 묻어난다.일을 하면서 너무 피곤해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화실에만 가면 신기하게도 에너지가 솟아나는 그녀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당연한 걸까. 절로 사랑에 빠졌을 때가 떠오른다. 자꾸 상대가 생각나고 떠올리기만 해도 좋은 그 느낌, 만나서는 그저 바라만 봐도 행복한 시간들 말이다. 저자는 그림과 사랑에 빠졌다.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하고 서로를 잘 이해하는 관계로 보인다. 꾸준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힘이 됨을 배웠다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남았다. 한결같이 무엇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가 얼마나 그림에 푹 빠져 있는가를 알기가 어렵지 않다.인생이 지치고 고달플 때 정말 좋아하는 것을 통해 기운을 얻어 본 경험이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다시 그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해야 하는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삶의 균형을 잡고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면 인생이 그리 힘들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테다. 계속해서 그림 그릴 물감을 사려면 저자는 앞으로도 회사를 열심히 다녀야 할 테지. 연필로 그림을 그리다 목탄화, 수채화를 거쳐 유화에 빠져있는 저자는 직장인이자 작가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퇴근한 뒤에 두 번째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녀의 개인전 소식을 듣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