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직지 1~2 세트 - 전2권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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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직지 등장 이후 78년 뒤에야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이 등장했는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소설은 직지와 관련된 최신 학설들을 기반으로 해서 직지가 유럽 금속활자의 뿌리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이를 추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끔찍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기자가 사건과 직지의 연관성을 발견하고 실마리를 찾는 초반부터 몰입하게 되는데 이 끝에는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저자는 직지를 통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사실과 상상력을 결합시켜 어떤 결론에 도달하고자 했을지 궁금해 서둘러 2권을 펼쳐보았다.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와 연관된 살인사건 수사는 금속활자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국가 간 대립을 넘어 중세 시대로 배경을 옮겨간다. 직지의 비밀에 다가선 사람은 누구에게 위협이 될까. 중세는 동서양 할 것 없이 지배층이 모든 것을 독점하던 시대였다. 지식을 가진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글자는 학식을 드러내는 수단이자 착취의 도구였다. 백성을 위한 글자를 만든 유일한 왕, 세종대왕은 그 때문에 이단아로 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글을 가져야 강해질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왕은 훈민정음에 그 뜻을 담았고 이를 완벽히 이해했던 주변의 한 사람은 금속활자로 책을 찍어 지식을 세상에 퍼뜨리고자 했다. 그는 어찌 되었을까.

 

살인사건으로 시작해 교황청, 구텐베르크, 세종대왕, 훈민정음, 금속활자의 전파로 이어지는 전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든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절묘하게 맞물린 사건들은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일인 듯 매끄럽다. 지식 전파로 힘을 갖게 된 우리는 앞으로 이 지식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그저 재밌는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저자가 펼쳐낸 상상력을 따라 중세부터 현재까지 긴 여행을 한 기분이다.

 

사건에 따라서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왜 그런 범행이 일어났는가를 규명하는 게 더 중요한 경우도 있소.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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