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닮은 너에게 애뽈의 숲소녀 일기
애뽈(주소진) 지음 / 시드앤피드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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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숲은 언제나 당신이었습니다."

 

애뽈의 두 번째 그림 에세이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숲의 모습과 숲에서 사는 소녀의 일상이 책 한 권에 담겼다. 서서히 변하는 숲의 모습, 계절에 따라 변하는 소녀의 옷차림, 고요하고 평온한 풍경, 자연의 일부인 듯 자연스러운 소녀의 분위기까지 모두가 매력적이다. 동화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들을 보면 절로 기분전환이 된다. 나무에 둘러싸인 집에서 사계절을 느끼면서 산다면 이 소녀처럼 웃을 수 있게 될까.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봄의 숲.

바삐 움직이던 걸음을 멈추고

숲에서 잠시 쉬어가도 좋아요. (p.34)

 

애뽈의 그림들을 보고 나면 나무들이 가득한 곳을 찾게 된다. 공원으로, 숲으로 푸른 장소를 찾아가는 요즘이다. 나무 너머 보이는 하늘에 숨이 트이고 나뭇잎 사이로 부는 바람에 마음이 씻긴다. 숲을 걷는 얼굴들이 잔잔히 부드럽다. 숲에 가면 절로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나 보다.

 

 

하루하루 장마가 이어지는 날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고운 음악처럼 들려         

가만히 창가에 앉아 귀를 기울입니다.

계속되는 이 비가 지겹지 않은 까닭은

비 온 뒤 더욱 선명해지는

숲의 색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102)

 

소녀가 창밖을 보고 있는 풍경이 고즈넉하다. 빗줄기가 거세지만 집안에서는 그 소리가 한풀 꺾여 잔잔하게 들린다.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비 그친 뒤에 싱그럽게 피어 날 여름 꽃들을 떠올리는 걸까. 오랫동안 그치지 않고 내리는 비에 지겨울 듯도 하지만 푸르러질 숲을 기대하면 못 기다릴 이유도 없다. 가만히 빗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쉬어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처럼 비 오는 날 보기 좋은 그림이다.

 

 

인생엔 수많은 길이 있다고 하지만                  

어떤 길에도 늘 옳기만 한 길은 없고                 

어떤 선택에도 완전히 잘못된 선택은 없지요.                  

겪어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일도                  

가보지 않으면 모르는 길도 있어서                  

그저 아니다 싶으면 돌아가면 되는 걸요.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좌절하지 말아요.                  

중요한 것은                  

어떤 길에든 계속 걸어 나가는                  

당신의 성실한 발걸음이니까요. (p.50)

소녀의 시선이 먼 곳으로 향한다. 이 그림을 보면서 가야 할 길이 떠올랐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머뭇거리다 발걸음을 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렇게 기회를, 경험을 잃어버린다. 발목을 붙잡는 막연한 두려움을 털어버리고 한 발만 내딛는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길을 잘못 들었다 싶으면 돌아가 다른 길을 찾으면 그뿐. 내 삶은 내 것이니 적어도 선택은 스스로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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