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 '열심히'와 '적당히' 그 어디쯤을 살고 있는 오늘의 빵이
빵이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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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을 그려내는 빵이 작가의 책이다. 회사를 다니며, 나이를 먹으며, 결혼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이 담백하면서 담담하게 펼쳐진다. 설렁설렁 살고 싶고 가끔은 옛날이 그립고 한적한 공간을 좋아하며 다소 예민한 성격에 지적 허영심을 품고 사는 저자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고 연신 웃음을 지었다. 특히 회사를 다니면서 느끼는 일들에 백 퍼센트 공감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의욕이 충만하다 못해 넘칠 때를 다들 거칠 것이다. 인정받고 싶어서 맡은 일을 의욕적으로 하고 그도 모자라 덤으로 또 일을 맡고 나서 너무 힘들어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내 능력을 칭찬하는 소리에 또 덥석 일을 받게 될 때 말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시간이 점점 지나 체력이 고갈될 때쯤이면 서서히 사그라들게 되지만 상사는 여전히 일을 많이 준다. 오, 신이시여. 적당히 일의 분량을 조절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기에 그 시절이 그렇게 힘들게 느껴졌던 게 아닌가 싶다.

 

책 중간쯤 저자는 쓴 커피를 못 마시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때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던 회사원들을 감탄하며 바라봤는데 회사원이 되고 나서야 그들의 인생이 커피처럼 썼으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 바닥의 그림이 내게 얼마나 절절히 와닿았는지 모른다. 생각해 보니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게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쏟아지는 잠을 커피로 쫓아내다 보니 어느새 커피가 필수적인 삶의 요소가 됐고 이제는 다양한 커피에 빠져 커피 자체를 즐기고 있으니 고된 회사 생활이 삶의 즐거움을 하나 안겨준 셈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는 힘이 들었다. 일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괴팍한 상사 때문에 더 그랬는데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는 동료 덕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말한다. 신은 힘겨운 직장생활을 주셨지만 그것을 견뎌낼 수 있도록 좋은 사람도 함께 주셨다고. 나에게도 좋은 동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거나 포장하지 않고 보여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그린 그림은 SNS에서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다. 아침에 눈떠 대충 아무 옷이나 걸치고 부리나케 뛰어나가는 출근길부터 일하다가 거래처 직원과 실랑이하는 오후 시간, 회식 한 시간 전에 던져준 일거리 때문에 혼자 일하고 뒤늦게 합류한 회식자리 등 나 혼자 겪는 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사람들도 겪고 있는 일들이 어쩌면 이렇게 많은지. 일에 짓눌려 있을 때는 휴일을 고대하며 어딘가로 바람 쐬러 가리라 다짐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소파와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은 또 어떤가.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친한 친구들을 만나 스트레스를 풀고 소중한 사람들과 일상을 나눌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 더 느긋해지고 남들 시선도 덜 의식하게 되지 않을까. 소중함을 모르다가 잃어버린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했던가. 전에는 몰랐다. 보잘것없었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질 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재미없는 삶이라 느낄 때 이 책을 보면 좋을 것 같다. 평범한 자신의 하루를 사랑하게 될지도.

 


현재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한마디. ‘지나간 일에 만약은 없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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