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사랑하는 사람이 실종된다면 그 마음이 어떨까. 핀처럼 한순간도 잊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이야기는 레일라가 실종된 뒤 쓰인 핀의 진술서로 시작된다. 핀은 사라진 그녀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녀는 흔적조차 없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핀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레일라의 친언니인 엘런과 가까워져 약혼을 한 상태이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레일라가 살아 숨 쉰다. 그런데 결혼식을 앞둔 어느 날, 실종된 레일라가 목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그녀가 아끼던 러시아 인형이 계속해서 핀에게 배달된다. 이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에게 협박 메일까지 받게 된 그는 자꾸 12년 전, 레일라가 사라진 그날을 떠올린다. 불안에 떨며 자꾸 엘런에게 뭔가를 감추는 핀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는 걸까.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할수록 그가 새로 출발하는 길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과거는 핀의 주변을 맴돌며 점점 그를 숨 막히게 한다.

보통의 경우, 오랫동안 실종됐던 사람이 돌아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기뻐서 잠도 못 자지 않을까. 제발 살아있기만 하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이 되니까. 그런데 핀의 반응이 이상하다. 기뻐서 펄쩍 뛰면서 주변에 알리지는 못할망정 자꾸 불안해한다. 평범하지 않은 이 반응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실종사건, 미심쩍은 남자친구, 설명이 안 되는 사건들이 엮이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레일라가 실종된 뒤 어떻게 되었을지 추측하게 만드는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핀이 경찰에게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은 것 같아 수상해 보이고 그의 주변 인물들마저 범상치 않게 보이면서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계속 책장을 넘겼다.

작가는 심리 스릴러 전문가답게 불안정한 사람의 심리를 실감 나게 묘사하며 범인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게 작가의 특기가 아닌가 싶다. 책표지에 실린 깨진 러시아 인형을 보면서부터 뭔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야기 속에서 러시아 인형을 만나게 되니 불안감이 증폭되는 기분이었다. 손가락보다 작은 인형이 점점 늘어나면서 자아내는 긴장된 분위기, 집착의 정도를 보여주는 것 같은 그 장면들이 보내는 사람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했다. 점점 쌓이는 인형을 보면서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듯이 날카로워지고 불안정해지는 핀의 모습을 보며 한 사람을 망가뜨리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겠다 싶기도 했다.

결론 부분에 이르기 전에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됐는데 착잡했다. 이런 결말일 줄이야. 사랑의 어두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가슴이 시렸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무조건적으로 맞추기만 한다면 이 관계는 아름다운 것일까. 성인들의 행동 이면에는 어릴 때 형성된 자아가 있다. 애정을 받지 못하고 마음을 너무 심하게 다친 채 자란 이의 마음속에는 아물지 않은 상처가 그대도 남아 있기도 한다. 애정을 갈구하며 또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 어떻게든 상대를 잡아두고 싶어 하는 마음, 이것이 사랑일까. 등장인물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수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파멸시키는지 알기나 할까. 사랑을 핑계 삼아 사람은 어떤 일까지 할 수 있을까. 사랑과 집착,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쯤일지 생각해 본다. 

사랑은 자기 자신답지 않은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걸,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도 하게 만든다는 걸 나는 그 누구보다 잘 안다.


- P24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