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나답게 - 인생은 느슨하게 매일은 성실하게, 개정판
한수희 지음 / 인디고(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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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항상 말끔하게 정리해 놓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하게 된다. 물건을 정리하는 법이나 필요한 물건만 사고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는 생활방식을 이야기하는 책들을 접하면서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기도 하지만 막상 정리는 내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심한 일이지 않은가. 물론 습관이 되면 괜찮다고들 이야기하지만 그 습관 들이는 것이 너무 버겁게 느껴져 일찌감치 정리 정돈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 정리하는 것이 즐겁거나 다 하고 나면 보람을 느낀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힘들다는 생각만 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냐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그래서인지 이 책은 내게 크나큰 위로가 되었다. 일단, 정리를 잘 못하고 중요한 일을 하면서 딴짓을 곧잘 하며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야 다급하게 일을 해나가는 부분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책 곳곳에서 저자와 나와의 유사점을 찾으며 한참을 웃기도 했다. 사소한 데서 위로를 받는 법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사람에게는 잘 하는 일과 못 하는 일이 있다.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드는 사람이 있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술 방면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내가 못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지나친 비판을 하기보다는 잘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기운을 차리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베스트셀러 작가들을 보면서, SNS의 유명인들을 보면서,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서 내게 없는 것들을 찾고 부러워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너무 불행한 일이다.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살고 있으니 좋아 보인다는 생각 정도만 하고 오늘은 어던 일을 하면서 즐겁게 보낼지를 생각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더 좋을 것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모순적인 면이 있는 자신을, 평범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통해 나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다고 말이다. 동감하는 바이다. 거창한 무언가를 향해 돌진하는 삶보다는 적당히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를 충분히 느꼈기 때문이다. 타인보다는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하면 족할 듯하다.

출근 시간부터 빨리 퇴근하기를 바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회사만 그만두면 그때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당장이라도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삶의 질이 올라가는 상상을 하며 퇴사를 하고 나니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는 일을 할 때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가 없었고 일을 하다 중간에 쉴 때의 달콤함을 느낄 수도 없었다.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해 보냈던 시간 동안 회사에 다니던 때를 생각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배운 것도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나은 미래만을 생각하면서 직장인의 비애만을 가슴에 담아 다니던 그 시절에는 현재, 바로 '오늘'이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에는 나 자신이 잘 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일을 하고 난 뒤, 여가 시간에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데 특히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책 읽는 시간은 꼭 확보해 두는 편이다. 십수 년 전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나는 그때보다 지금 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가 쌓여 인생이 됨을 이제는 안다.

어떤 나라도 받아들이는 것, 그렇게 복잡한 존재인 나를 인정하는 것, 완벽해지려 애쓰지 않는 것,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 그런 것이 바로 ‘온전히 나답게‘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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